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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류정순의 인권이야기] 인권침해적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자동차 기준

절망적인 빈곤 상황에 처해있던 인천의 손여인은 차령이 9년 된 고물 승용차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세 아이들을 고층아파트에서 던지고 자살했다. 그 충격적인 사건에 이어 지난 2월23일 탈북자 ㅅ씨가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하자 국회 앞에서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린 후 문제의 그 승용차 안에서 분신자살을 하겠다면서 1시간 이상 경찰과 대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시에 기본재산으로 공제해 주는 일반재산은 중소도시 거주자의 경우에 3100만원이다. 따라서 만약 전 재산 4100만원이 전세보증금인 ㄱ씨 가구가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기본재산 공제액 3100만원을 뺀 나머지 1000만원이 소득으로 환산된다. 그런데 일반재산의 경우에 소득환산율이 월4.17% 이므로 ㄱ씨네는 재산의 월소득 환산액이 41만7천원으로 산정되는데, 만약 ㄱ씨네가 2인가구라면 최저생계비 67만원보다 소득환산액이 25만3천원 더 낮기 때문에 다른 소득이 25만원 정도 있더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같이 전 재산이 4100만원이더라도 만약 ㄱ씨네 집의 전세보증금이 3100만원이고 1000만원 짜리 출퇴근용 승용차가 있다면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1000만원(승용차의 소득환산율 월 100% 적용)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67만원의 15배나 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도저히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복지부는 승용차 소유자 중에서 부정수급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토록 어마어마하게 높은 소득환산율을 적용하여 승용차 소유자를 원초적으로 수급대상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차적 조회를 통하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찾아내어 정밀조사를 한다면 부정수급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조사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승용차 소유자를 마구잡이로 탈락시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초생활보장법을 '부정수급자 방지법'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는 범칙금이나 폐차비용이 없어서 차를 운행하지도 폐차하지도 못한 채 그냥 세워놓기만 하는 딱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사정이 전혀 참작되지 않은 채 자동차가 있기만 하면 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은 2천만원에서 3천560만원의 정착금을 지원받는데 만약 3천560만원의 정착금으로 전셋집을 얻었다면 4인가족의 경우에 90만원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3천백만원의 전셋집을 얻고 나머지 460만원으로 승용차를 샀다면, 차의 월소득 환산액만 해도 460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도저히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남한의 물정을 잘 모르는 북한이탈주민인 ㅅ씨가 생명줄인 기초생활급여가 하루 아침에 끊긴 것을 알고 얼마나 앞이 캄캄했을까? 만약 ㅅ씨에게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기만 했더라도 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차와 함께 불타 죽겠다고 버티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근본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건 누구건 국민에게 일단 정착금을 주었다면 그 돈에 대한 배분의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그런데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자동차라는 특정 품목의 소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은 명백하게 개인의 자원배분권리 침해이자 빈민에 대한 낙인이다. 복지부는 시급히 승용차의 소득환산율을 일반재산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어야 할 것이다.
덧붙임

류정순 님은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