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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해설> 건강할 권리, 가난해도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월곡동 산2번지에서 보듯이, 빈곤과 건강박탈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빈곤이 건강박탈의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질병과 장애가 빈곤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난으로 인한 열악한 주거환경, 영양부족, 무리한 노동이 건강의 상실로 이어지는 한편, 건강의 박탈이 노동력 상실과 소득부재를 유발하고, 더불어 무리한 의료비 지출로 인해서 결국 빈곤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빈곤이 건강수준의 저하를 낳고, 낮은 건강수준은 노동시장에서의 배제를 통해 다시 빈곤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맺고 있다.

정부는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제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장치가 충분한지는 의심스럽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1년 3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여 보험혜택이 중단된 가구는 185만9266가구에 이르렀다. 이것은 전체지역 가입자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건강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체납자의 78.3%가 소득이 부족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고, 14.7%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에는 최저 생계비의 100-120%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절대 빈곤 상태에 빠질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에서는 의료급여 수급자중 근로능력이 있는 세대는 2종, 그 외에는 1종으로 구분한다. 2종의 경우 보험료만 면제될 뿐,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 가입자와 똑같다. 의료급여 2종인 수급자와 1종인 수급자의 실제 소득수준은 모두 최저생계로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의료비 부담이 훨씬 큰 것이다.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진료비를 체불함으로써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차별이 입원거부와 퇴원종용 등의 형태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일반적이고 필수적인 진료수단에 대해서도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급여항목이 많고, 본인부담금이 높아서 의료서비스의 경제적 접근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이것은 국민전체에도 그렇지만, 특히 빈곤층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다. 장기적으로 국가는 의료의 전면적인 공공화를 이루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빈곤층이 돈이 없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차별 받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의 비율을 대폭 하락시켜서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일정 한계를 넘어서는 의료비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고액진료비에 대한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실시하여 의료비로 인해서 가계가 파산하는 것을 예방하고, 소득수준에 비례한 누진적 보험료 부과체계를 확립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의 부담을 줄일 것을 요구해왔다.

또한 단계적으로는 의료부조제도의 도입으로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할 것을 주장해왔다. 의료부조제도란 기초생활보장의 여러 급여 중 생계급여, 자활, 주거급여 등을 제외하고 의료급여만을 특정집단에게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더불어 정부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여 의료서비스의 경제적·지리적 접근성을 개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방문보건과 장기요양 서비스는 빈곤층에서 광범위한 필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사회권규약은 "국가는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의료서비스는 반드시 모든 사람이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공중에 떠있는 선언을 사람들의 삶 속으로 끌어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