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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 폐지를 위한 쉼 없는 외침


21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정상화라는 명분으로 4자회담을 열어 4대 개혁법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국보법의 연내처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한숨들이 전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아래 국민연대)는 22일 오전 긴급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열린우리당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수구세력과의 명백한 야합으로 규정하며 국가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한 강력한 대중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필코 연내에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열망을 모아, 자신들의 당연한 책무를 회피하고 있는 국회를 압박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단식 농성단도 합의가 아닌 야합으로 정치권이 국보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1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는 윤용웅 씨는 "어제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꼈다"며, 하지만 "결의가 꺾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올해 안에 꼭 폐지하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16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용규 씨는 "국민들이 개혁을 염원하며 만들어준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주에서 올라와 배고픔보다는 서울의 추위가 더 힘들다는 학생 백운용 씨는 "우리 민중들이 스스로 악법을 철폐시키기 이전에 결코 정치권에서 나서서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국보법이 연내에 폐지되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오후 2시에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규탄집회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 모인 학생, 시민 5백여 명은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겠습니다'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는 당사를 향해 계란 수십 여개를 던지며 한나라당과의 밀실야합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설혜영 씨는 잠시나마 열린우리당에게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실망이라고 하면서 "같이 투쟁하는 사람을 믿고 좀 더 결의를 높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광화문까지 침묵 촛불행진이 있었다. 오늘로 단식농성 51일째를 맞은 송현석 씨를 선두로 해서 길게 대열을 이룬 단식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광화문까지 행진을 마친 이들은 저녁 7시부터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4자회담 원천무효, 국가보안법 연내폐지 촛불대회'를 진행했다. 행진도중 송현석 씨와 박영미 씨가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치권이 거대한 국회 안에서 그들만의 평화를 위해 정치적 야합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1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천막을 치고 단식투쟁을 단행하며 매서운 겨울 추위에 맞서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연내 폐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