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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영화 뒤의 'X-파일'

KT 인권침해 보고서 발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기업 민영화가 노동자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케이티(KT) 상품판매전담팀 인권백서』(아래 『인권백서』)가 바로 그것.

『인권백서』에는 'KT 상품판매전담팀(아래 상판팀) 노동인권 보고서'를 중심으로 상판팀에 대한 차별 관련 자료와 산재 인정 관련 자료 등으로 채워져 있다. 'KT 상판인 전국 모임 공동대표'는 발간사를 통해 "우리의 투쟁은 노동자를 인간이 아닌 이윤의 도구로 바라보는 민영 KT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그 인간선언의 기록을 백서로 발간한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9월 5천5백여 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명예퇴직을 실시해 국내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규모의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12월에는 명예퇴직거부자, 노조활동 경력자 등 480여 명을 대상으로 원래의 업무영역이나 지위와는 무관하게 상판팀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후 사측의 미행과 감시, 차별이 심해지자 지난 4월 상판팀 노동자들은 '전국 상판인 모임'을 결성했고, 미행·감시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하기도 했다. 7월에는 전국 34개 인권단체들의 모임인 인권단체연석회의와 함께 'KT 반인권적 차별행위 및 노동감시 실태 증언대회'를 진행했고, 7월과 10월에는 KT 상판팀의 박은하 씨와 안영미 씨가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판정을 받았다.<인권하루소식 10월 14일자 참조>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KT 전북본부의 미행사건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던 중 진실을 밝혀야 할 조사관이 "차라리 합의가 낫다"고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해 결국 인권위 조사관은 교체됐다.

11월에는 상판 노동자 188명을 대상으로 정신과에서 정신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데 이용하는 다면성인성검사(MMPI)가 실시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검사를 받은 상판팀 노동자 중 45%에 해당되는 84명에게서 우울, 불안, 긴장, 공포, 신경과민 등을 나타내는 척도들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다. 검사를 실시한 신경정신과 배기영 전문의는 "시급히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원상회복 처방을 내렸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씨는 "상판팀 노동자들의 정신병적 증세는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 고도의 현장 통제·감시가 그 원인"이라고 밝히며 "KT에 의해 저질러진 감시와 차별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억압이자 범죄"라고 규탄했다.

IMF 경제위기 직후 정부는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며 우량 공기업의 민영화를 급격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불과 몇 년 안되는 기간 동안 KT는 정부지분 0%, 해외투자지분 49%의 완전민영기업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KT는 저투자-고율배당 경영전략을 취한 결과 해외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기업이 되었고, 공공성은 외면한 채 '마케팅 지상주의'만 추구해 올해 5월에는 4명의 노동자가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KT 상판팀 해체 △인권위의 철저한 조사 △KT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기 검진 실시 △KT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