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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중심의'로 몸살 앓는 열린채널

한동안 잠잠하던 '열린채널'의 심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방송 예정되었던 <한총련과 국가보안법>이라는 작품이 2일 밤 KBS 심의실의 방송 불가 결정으로 방송되지 못한 것. 심의실이 밝힌 이유는 △내레이션 중 '절름발이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있고 △ 11월에 진행된 행사를 '다가오는 11월'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으며 △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제작자는 앞의 두 가지 항목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용이 편향적'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KBS 심의실은 앞서 <KAL858 조작된 배후>라는 작품도 "KAL 858 사건에 대해 근거 없는 조작설을 주장한다"며 제작자에게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열린채널 운영협의회'(아래 협의회)가 KBS에 강력히 항의해 편성실과 심의실 그리고 협의회가 참석하는 확대회의를 거쳐 다시 방송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채널'에서 방송되는 작품은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방송이 결정된다. 이렇게 결정된 작품을 KBS 심의실에서 재심의하는 구조가 현재의 문제를 빚어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영상미디어센터 이주영 실장은 "아직 액세스(시청자참여) 프로그램을 보장하는 제도가 미비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액세스 프로그램이 방송될 경우 사전 심의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는 액세스의 취지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심의장치'속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협의회가 KBS시청자위원회 산하에 구성되어 있고 KBS의 전파를 타고 송출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KBS 심의실을 거쳐야 하는 '이중심의' 구조가 있는 한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열린채널'은 국민들이 방송을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만 하는 객체에서 제작으로 직접 참여하는, 일종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2002년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방송 불가 사건처럼 국민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완성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