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획>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③한국에바라지회

노조 설립의 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한국에바라지회에는 노조원이 3명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노조를 설립했을 당시, 조합원은 27명이었고 60명 가량 되는 생산현장에서 27명은 적은 수가 아니었다. 그만큼 노동자들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폭넓게 공감하고 있던 것.

한국에바라정밀기계는 반도체 관련 설비를 담당하는 일본계 회사로 경기도 평택 송탄에 공장을 두고 있는 다국적 회사다. 노조를 설립하기 전 보통 7명이 일하는 작업 공정에 3명이 일하는 등 회사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아 한 달에 100시간 이상 잔업에 시달렸다. 또한 하루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면서도 야근수당을 받지 못하고, 잔업수당도 48시간까지만 지급받았다. 48시간 초과잔업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바라지회 황상진 지회장은 "돈보다 사람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인원 충원'을 요구하며 2003년 6월 18일 노조를 설립했다.

사측의 탄압은 가혹했다. 사측은 교섭을 해태하며 조합원들에 대해 부당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8월 7일에는 윤세훈 조직부장이 인사 이동되었고, 9월 1일에는 황 지회장이 서울로 전출됐다. 한 수습사원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회사는 "노조를 만들면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고, 원청 중 하나인 삼성의 '무노조 경영' 핑계를 대며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실제로 삼성에서 외근을 하던 황 지회장을 비롯한 5명의 조합원은 모두 노조 설립 후 삼성에서 '쫓겨나' 다른 곳으로 전출됐다. 이후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이 끝난 2003년 9월 25일 황 지회장을 중심으로 '합법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측은 12월 10일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것도 15명의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직장폐쇄'였다. 황 지회장은 "이건 '직장폐쇄'도 아니지만 '불법'도 아닌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조합원들의 작업공정만 '직장폐쇄'하고 그 자리에는 불법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일본과 대만 등에서 무비자 혹은 관광비자로 들어온 기술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고, 무허가 불법 용역 업체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2004년 6월 법원이 이러한 대체인력 투입을 '불법'으로 판정하자 회사는 대체인력을 철수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투입했다. 황 지회장은 "법원이 다시 '아르바이트'를 불법으로 판정해도 회사는 차라리 벌금을 내는 쪽을 택할 것"이라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법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벌금이 고작 100∼300만원이라 솜방망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조탄압을 둘러싼 사측의 인권침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조 설립 후 회사는 경비실 위에 CCTV 2대를 설치해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했고, 2004년 1월 6일에는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여권을 돌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황 지회장은 "일본으로 출장 갈 기회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가 일괄적으로 여권을 보관하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그게 불법인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노조는 '합법 파업'을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회장을 포함한 5명이 구속됐다. 사측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노조원들을 '업무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황 지회장은 "대체인력 투입을 막은 것은 회사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었고, 사측 증인을 때리지 않았다는 건 그도 법정에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은 3명으로 줄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다른 조합원들은 '어쩔 수 없이' 노조를 탈퇴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회사는 현재 남은 3명의 조합원들에게도 "노조를 탈퇴하기만 하면 현장에 복귀시켜주겠다"고 회유를 계속하며 노조 탈퇴에만 열을 올릴 뿐 교섭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면 상급노조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해고'도 시키지 않는다. 황 지회장은 이를 '피말려 죽이기 작전'이라며 "사실상 우리는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투쟁이 길어지다보니 빚만 늘어간다. 노조를 탈퇴하고 복귀한 조합원들도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비록 3명이 남았지만 황 지회장은 "조합원 신분으로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민주노조 사수'의 의지를 밝히며 출근투쟁과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