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획>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 ① 'A&O그룹사'노조

"노조탄압 백화점"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농성을 하며 싸움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무수히 많다. 바로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 인권하루소식에서는 26일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노조'라는 말이 '빨갱이'와 동일시되던 때가 있었다. '노조활동 한다'고 하면 해고는 물론이고 구속·수배까지 각오해야 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는 "사회 민주화가 상당히 진척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노조는 회사에게 있어서 동반자가 아니라 오직 '탄압의 대상'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가 여전히 '민주화'의 영역 바깥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사의 간부가 현장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정리해고 0순위"라고 말하며 노조탈퇴를 강요하고, 노조 집행부와 그 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배가압류를 신청했다. 그것도 모자라 조합원 28명을 한꺼번에 정리해고 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 바로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A&O그룹(현 APLO FC그룹)은 IMF 이후 1999년에 설립된 대부회사로서 대출상품에 대한 이자를 주수입원으로 한다. 2003년 6월 당시 82퍼센트의 시장점유율로 국내 제1의 대부업체였다가 문어발식 규모확장과 무리한 대출로 경영난을 겪은 결과 올해 3월 재일교포계 자본에 매각됐다. 현재도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67퍼센트에 달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계약직·파견직 노동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단행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또 정규직을 용역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자발적 퇴사를 종용해 1천4백여 명의 직원 중 7백여 명을 퇴출시켰다. 이에 2004년 3월 22일 노동자들은 '에이앤오인터내셔널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5월 16일 에이앤오인터내셔널노조는 동일한 처지에 있던 그룹의 계열사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일반노조인 '에이앤오그룹사노조'로 전환했다. 에이앤오그룹사노조의 이제혁 수석부위원장은 "극심한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노조 설립의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이내 사측은 노조를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규정하고 '노조 죽이기'에 돌입했다.

'A&O그룹'은 '노조탄압 백화점'

회사는 공공연히 "노조에 가입하면 정리해고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부당 인사조치와 부당 징계를 가하다 급기야 7월 30일 28명의 노조원들을 정리해고했다. 게다가 노조 집행부 11명과 그들의 신원보증인들에게까지 28억8천만 원의 손배가압류를 신청했다. 손배가압류의 이유는, 노조 집행부가 업무시간 전에 지부에 가서 진행한 노조 홍보활동이 "영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황당한' 것이었다. 법원 역시 손배가압류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는 이에 불복, 항고를 진행중이다.

회사의 '노조 죽이기'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전국에 분포한 에이앤오인터내셔널 영업지점의 대부분을 폐쇄하고 조합원 전원에게 서울에 있는 채권관리센터로 전보발령을 내렸다. 이제혁 수석부위원장은 "그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던 에이앤오인터내셔널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회사는 지부 직원의 90퍼센트가 노조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광주지부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채권관리센터와 강남지부로 발령을 내렸다. '발령' 과정에서 회사는 또다시 1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2억 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발령 당일 발령지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노조는 7월 5일부터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6월 25일 조합원투표를 거쳐 89%의 찬성을 얻었고,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안을 받은 합법파업이지만, 회사는 "파업 장기화로 주주들이 자본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의 합법쟁의를 압박했고 덩달아 경총 또한 '조합원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는 헛소문을 유포하며 '노조 죽이기'에 열을 올렸다.

양근석 노조위원장은 10월 28일부터 21일 동안이나 단식을 진행하며 사측의 '노조 죽이기'에 맞섰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회사는 더 나아가, 노조를 교섭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섭장소에 대한 접근마저도 차단해버렸다. 사측은 업무방해를 이유로 본사와 전 영업지점에 조합원 48인의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결국 회사는 교섭을 요청하며 교섭사무실에 있던 노조원들을 경찰측에 신고해 지난 18일 노조원 21명 전원이 연행됐다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장기투쟁노조, "민주노총 총파업에 기대"

IMF 이후 수많은 외국계 투기자본 회사들이 들어오면서 이들의 '치고 빠지기'식 경영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이 회사들이 단기 투자이윤만을 얻고는 되팔아버리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대량 정리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단기이익만을 목표로 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투기자본'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현 APLO FC그룹과 같은 회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해 투기자본에 대한 반발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어 그는 "노조의 투쟁은 정리해고에 맞서는 투쟁일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에 대항하는 투쟁"이라며 끈질기게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또한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을 계기로 우리의 투쟁이 많이 알려져 꼭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혔다.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룹 본사 앞 길거리에서 농성을 벌이던 23일에도 노조에 대한 사측의 탄압은 그치지 않았다. 이날 구청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농성장에 있는 노조의 현수막을 '불법 설치물'이라고 문제삼았다. 노조의 반발에 구청 직원들은 "회사에서 자꾸 신고가 들어와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