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국회에 울려 퍼진 '국보법 폐지'

시위자들 전원연행…피해자들, 호소문 전달

국가보안법 제정일인 12월 1일을 하루 앞둔 30일, 국회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향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을 비롯한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피해자와 가족들은 국회 중앙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괴물 국보법과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며 "국보법이야말로 17대 국회에서 1순위로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2월 1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국보법 폐지 호소문 299통이 담긴 상자를 들고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피해자들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확답을 듣기 위해 천 대표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며 방문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국보법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피해자 뿐 아니라 친척,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잔인한 악법"이라며 국보법 폐지의 몫은 이제 국회에 있다고 호소했다.

한총련 활동으로 수배를 당한 딸이 2001년 6월부터 한번도 집에 오질 못하고 있다며 말문을 연 유귀자 씨는 "피해자 가족들을 대표해서 왔다. 피해자들과 가족이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있냐"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유 씨는 이러한 답답한 마음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지를 써왔다며, 낭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 대표가 원탁회의 등 국회 일정을 이유로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천 대표실에 호소문을 전달한 피해자들은 이어 한나라당 박근혜 원내대표실에도 국보법 폐지의 뜻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한편, 오후 2시 40분 경에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한총련 수배자인 김재연 씨 등 40여명의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즉각 상정, 처리하라"고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17대 정기 국회가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국보법 폐지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직접행동을 통해 국회에 경고하고 나선 것. 그러나 이들은 20여분만에 경찰에 의해 전원 연행돼 용산서, 강서서, 양천서 등 7개 경찰서로 분산 수용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는 여의도 농성장에서 연행자들에 대한 석방과 국보법 즉각 폐지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열었다. 국보법 제정 56주년이 되는 1일 이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보법 완전폐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