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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사구금에도 구속적부심 도입해야"

최근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에 의해 수십 년 동안 감금되어 폭행 당하는 등 온갖 인권침해를 당하다 구출된 사례가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던 구속적부심을 행정기관이나 사인에 의한 불법구금으로 확장하는 '(가칭)인신보호법'(아래 보호법)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

15일 나경원 의원(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인신보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심희기 교수(연세대 법학)는 "행정기관이나 사인이 다른 사인의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경우"를 '민사구금'으로 개념짓고 법원이 이를 신속하게 심사해 부당한 구금의 경우 피해자를 석방하는 새로운 제도를 제안했다. 심 교수는 '민사구금'의 예로 △성매매 업주에 의한 성매매 피해여성 감금 △부양 명목으로 노부모의 재산을 가로챈 후 감금해 학대하는 경우 △정신병원이나 기도원에서 정신질환자를 감금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물론 현재도 '구속적부심사제도'가 있고 불법감금의 가해자를 형법에 따라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적부심 청구주체를 "체포 또는 영장 또는 구속영장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로 한정하고 있어 사인이나 복지시설에 의해 부당하게 감금된 사람이 감금 초기에 '인신의 자유'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고작해야 행정기관의 강제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 등 사후적인 구제만 가능한 것.

이런 구상은 이미 48년 미군정 시기 시행된 '군정법령 제176호'에 포함돼 경찰·검찰 외에도 정신병원이나 소년보호단체에 감금된 경우에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은 신청권자의 범위를 '영장에 의해 구속된 피의자'로 축소해 민사구금은 물론 긴급구속된 형사 피의자도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다. 보호법이 제정되면 50여 년만에 민사구금도 사법심사로 '인신의 자유'를 즉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는 셈이다.

심 교수는 보호법에 △구속적부심 청구주체로 감금된 본인 외 검사와 국가인권위 위원(소속 공무원 포함)을 포함해 실효성을 높이고 △민사피구금자가 있음에도 적부심을 고의 또는 과실로 게을리 하는 검사와 인권위원에 대한 제재조항을 두며 △이유 있는 신청을 부당하게 각하·기각하는 판사에 대해서도 제재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보호법이 제정되더라도 부당한 구금을 줄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폐쇄적인 시설의 감금사례를 예로 들며 "민사구금의 경우 피구금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신질환자를 불법으로 수용하는 무허가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외출은 물론 전화나 편지 사용도 금지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무허가 시설은 국가인권위법 상 진정조사대상에서 제외돼 보호법 논의에서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