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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려대 미화원 노동자, 침묵을 깨고 권리를 말하다

고용승계 보장, 노동강도 강화 반대 요구 내걸고 집회 열어

25일 오후 5시, 고려대에서 최초로 학내 미화원 노동자들이 학교 당국을 상대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대학 본관 앞에 모인 110여명의 노동자들은 최근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며 노동형태를 변화(교대제 근무, 주말 근무 등)해 노동강도 강화를 시도하고 있는 학교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는 학내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인권사회단체와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미화원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의 서명이 담긴 공동선언서도 발표됐다. 이어 집회 참가자들은 고용승계보장과 노동강도강화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학교측에 전달했다.

지난 21일 학교 총무처는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겠다'고 학생들에게 밝혔지만, 학생단체 '불철주야' 박장준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학교측에서 입찰을 통해 선정된 용역업체에게 "60세 이상의 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이 60세 이상인 용역 노동자들은 해고의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노동자는 "나이는 많아도 우리는 일만 잘한다. 왜 나가라고 하는 거냐"고 항의하며 "우리가 이틀만 일을 안 하면 학교가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하더라. 나가라고 하면 다같이 빗자루 놓을 거다. 학교가 어떻게 되나 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노동형태가 변하는 것에 대해 다른 미화원 노동자는 "지금도 일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며 "그런데 이제 일요일까지 나와서 일하라면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학생들 역시 미화원 노동자들의 주말 근무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김영진(정외과 2학년) 씨는 "지금도 학교는 깨끗하다. 더군다나 현재 노동자들이 학교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를 생각하면, 주말까지 일하는 것에 찬성할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지금껏 침묵해 오던 고려대 미화원 노동자들이 드디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당당히 말하기 시작했다. 항상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며 학내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노동조건을 모른 채 해온 고려대가 노동자들의 저항에 어떻게 답할지 28일 재계약에서 그 판단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