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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숙인 당사자가 벌이는 실천으로

국내에서 IMF 이후 빈곤으로 인한 '홈리스', 즉 집 없이 거리에서 사는 노숙인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일본 역시 경제 붕괴에 따른 실업 노숙인들이 전체 노숙인(3만명)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노숙인들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탈출구의 부재는 이미 사회문제가 되었다.

지난 14일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는 '빈곤과 홈리스'를 주제로 한일 노숙인 문제를 다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숙인 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노숙인 당사자들이 패널로 참석하여 열띤 토론이 전개되었다.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아래 전실노협) 최부식 위원장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한국의 IMF 등 세계화에 따른 구조적인 불황으로 인해 홈리스는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며 "노숙인들은 개인의 무능력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빈곤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며, 우리들도 언제든지 그러한 처지가 될 수 있다"라고 노숙인 문제의 사회성을 강조했다.

3년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학식 씨는 "21년 동안 회사 경영을 해 왔는데 IMF로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회사가 무너졌고, 빚더미를 피해 거리로 나오게 되었다"며 "익숙하지 않은 건설노동을 하다 물건을 안고 한 층을 떨어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며, 먹을 것, 잠자는 것 하나에 목숨 걸고 살고 있다"며 자신의 생활상을 고백했다.

김 씨는 "태어날 때부터 노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의 한 명으로서 기업 경영도 하고, 세금도 꼬박 낸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는 노숙인들에 대한 외면을 중지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노숙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동경 스미다강 강변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치자키 씨는 "한국과 일본에서 노숙인이 생기는 사정은 매우 유사하다"며 "일본의 노숙인들은 주거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는데, 지금 동경에서는 이에 대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일본의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야마우치 씨는 "노숙 탈출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으며 차별 받지 않고 더 나은 처지로 살 수 있게 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동지들이 공원에 주소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투쟁을 지금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특히 노숙인의 자립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노숙인 운동의 차이가 부각되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전실노협 정은일 목사는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종교시민단체들의 노숙인 운동은 애초부터 식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러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서비스 위주의 운동은 나름의 의의가 있지만 그 한계로 인해 노숙인이 주체로서 자립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이제는 노숙인 스스로 자립하여 노숙인의 공동체를 만들고, 자신들의 권리를 정부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당사자 운동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