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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 기획>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끝)

군내 인권개선과 대체복무제는 쌍두마차

"저는 현역 이등병입니다. 저는 짐승이 아닙니다. 저는 맞아야 말을 듣는 짐승이 아닙니다. 사람이고 싶습니다. 작업 중에 몽둥이로 때리고 장난이라 합니다. 참을성을 기른다고 발바닥을 몽둥이로 때립니다. 취침소등하면 가슴을 만집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합니다."

5월 30일 '이등병'이라는 이름으로 국방부 게시판에 오른 글의 일부분. 그는 아무리 알리려고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며 결국 "마지막 희망"이니 꼭 도와달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육군 자료에 따르면, 2000년 군대에서 폭행 건수는 605건이나 되었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군복무 중 사망한 사람은 자살 3,263명, 폭행치사 387명 등 모두 8,951명이다. 최근까지 해마다 자살자는 100여 명에 이르는데, 이는 민간인 자살률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해마다 5천명 이상의 정신질환자가 발생하고 탈영병도 매년 1,50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에 2년여 동안 군대에 있어야 하면서도 이들이 받는 월급은 2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군 면제자는 '신의 아들', 현역병은 '어둠의 자식'이라 불리는 현실, 이것이 현재 군대의 모습이다.


군대 내 인권 개선을 통한 형평성을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면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느냐"며 남북 대치상황, 병력수급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대체복무제 불가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현재 군의 문제를 시인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 주장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가상의' 대체복무제와 비교해 보아도 군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인권 유린의 공간'이다. 군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당연히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주체이지만 우리 사회는 군인을 군인정신과 복무규율에 따라 관리·통제해야 할 전투력으로만 보아왔다. 우스개 소리로 '군인은 인간이 아니라 군수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명백히 문제는, 대체복무제 실시에 따라 군대를 기피하게될 가상의 현실이 아니라 '인권 침해의 요람'으로 자리잡아온 군대의 현실이다.


군 문제 개선, 이렇게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2002)에서 군대 내 폭행 및 가혹행위 방지책으로 금지규범의 확립을 통한 예방과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 및 처벌을 통한 사후적 통제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집합행위, 얼차려 등 5대 금지 사항 법률화 △외부통제 기관으로써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인권교육 강화 △군 수사체계 정비 및 사법제도 개선 △의문사 해결을 위한 독립기구 설치 등을 주장했다. 이 외에도 △군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에 관한 법률로써 '군인법' 제정 △전문적
정신상담 청구권 인정 △근무지 재배치 청구권 인정 △공식적 절차를 통한 이의제기권 인정 등을 제안했다.

또 사병의 노동력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사병은 군대에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며 "군인의 노동력은 일당 8백∼9백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병들의 인건비는 전체 국방예산의 0.8%에 지나지 않으며 대만에서 사병들이 2개월간 받는 급여가 우리 사병들이 24개월 동안 근무하고 받는 급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사병들의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병역제도 전반 및 군 구조개편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군대 내 인권문제를 크게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만 시찰 결과, 대체복무 인원 중 자살자나 의문사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고 사병들의 군 복무적응도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자원해서 현역에 지원한 사람들도 심리적 박탈감이나 반발심도 적어 지휘관이나 사병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연대회의는 전했다.

"민주주의적 군대란 존재하지 않지만 군대도 민주주의 사회 안에 있다" 사회의 민주화에 더 이상 군대라고 해서 예외로 남을 수만은 없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오히려 군대 내의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