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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보안법, 인권과 함께 갈 수 없다

국가인권위, 국가보안법 공청회 개최…불고지·찬양고무 개정 제기돼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폐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국가보안법, 쟁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면서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므로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학)는 "국가보안법 존치를 전제로 부분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 교수는 "국가보안법이 오·남용되고 정권안보를 위해 이용되어 인권침해가 있었지만 순기능을 외면한 채 역기능만을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가관리와 안보를 위해 마땅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폐해를 인정하지만, 필요성이 더 크고 문제점은 보완해 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제 교수는 또 "어느 나라든지 안보를 인권에 종속시키는 나라는 없다"며 "헌법 37조는 안보를 위해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국가보안법 개정내용으로 "인권침해가 큰 조항(불고지죄)부터 일부 개정하거나 보완(찬양·고무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하거나 이적표현물의 죄를 일부 삭제)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반면 허일태 교수(동아대 법학)는 "안보가 중요하지만, 안보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 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자유를 한없이 제한해 왔던 것이 국가보안법"이라고 못박았다. 허 교수는 형법적 원칙과 논리에 입각해 국가보안법의 조항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국가보안법이 형법상 최후의 수단성을 상실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형법의 중복성과 남용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7조 1항의 '찬양·고무', '동조', '구성원', '활동' 등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어서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을 가능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국가보안법 유지와 폐지를 둘러싼 팽팽한 쟁점들은 좁혀지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철 변호사는 "정권의 편의를 위해서 과도하게 (인권을) 제약하기는 했다"며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검찰과 법원의 해석 문제는 해석으로 바로 잡아야지 법, 제도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악용의 소지만 없애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정작 어떻게 (악용의 소지를) 없애는지는 대한 언급이 없다"며 "법을 없애야 악용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상·양심의 자유와 관련해 제 교수는 "반국가 활동은 반국가 사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내심에 있을 때는 완벽하게 보장되지만 사상이 외부로 유출될 때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송호창 변호사는 "외화하지 않는 사상과 학문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학문·사상의 자유는 연구, 발표, 비판, 반비판의 자유를 포함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송 변호사는 또한 북한의 위협과 대남 전략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가보안법은 남한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률인데 북한을 이유로 남한 국민을 처벌하는 것은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히고 "북한을 추종하거나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하면 되고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시기 교수 (동국대 문화인류학)는 "변화의 시대에서 법이 예술, 문화의 발목을 잡는다면, 지금까지 만든 민주주의를 순식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예술의 상상력을 제약해 문화를 정체시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날 공청회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존폐 근거를 청취한 국가인권위원회는 7월 중순 국가보안법에 대한 정책건의를 입법부에게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