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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4. 20 맞아 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 개최

"전에 장애인의 날 행사에 학교에서 단체로 '동원'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행사들이 장애인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라며 유기용 씨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행사에 매년 참가했는데, 내 문제를 내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고, 갈수록 장애인 참가자가 많아져 기분도 좋네요"라고 말하며, 따스한 봄 햇살에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유 씨는 자신은 "활동가는 아니"라며 그저 '장애인자가운전권확보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에 있다고 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장애인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독자적으로 행사를 해온 지 3년이 됐다. 올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준비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아래 공동기획단)'은 '정부가 수많은 장애인들을 동원해 '장애극복상'을 수여하고 위안 잔치를 베푸는 장애인의 날'이 오히려 "장애인을 차별하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사랑과 봉사의 이름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강화시킨다"며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정부 행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공동대표는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고속철도를 타기 위해 여러 장애인들과 함께 서울역에 갔을 때"라고 말했다. "경찰의 물리적인 폭력은 오히려 참을만 하지만, '(장애인이)왜 여기 와서 이러느냐'는 역무원의 차별적인 말 한 마디가 그 어떤 차별보다 힘들게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생존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으로서 휠체어에 몸을 싣고 1500Km 국토종단을 하고 있는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대책위원회 류흥주 공동대표는 "10% 정도의 장애인만 한달에 30만원 가량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고 나머지 90%의 장애인은 시설이나 방 안에 갇혀 살고 있다"며 "장애인의 생존권을 찾기 위해 장애인연금법 제정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투쟁결의문을 낭독한 문명동 노들장애인야학 총학생회장은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었다. 문 씨는 "이동 수단이 없어서 배우지도 못하고 사람을 만날 수조차 없었던 고통과 소외를 한번이라도 경험해 보았는가?"라고 되묻고 "우리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차별철폐의 마음을 담아 소리 높여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