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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건강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구축돼야

장애인건강권법의 전달체계를 왜곡하려는 복지부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중 건강수준 및 의료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비율은 14.8%로 비장애인의 34.6%에 비해 19.8%가 낮았다. 특히 우울감 경험률, 자살 생각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만성질환율, 비만율, 흡연율, 고위험 음주율은 높은 반면 건강검진수검률, 운동실천율은 낮아 전반적으로 생활습관이나 건강관리 행태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70% 이상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장애인 다빈도 상위 20개 질환 중 8개가 근골격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이며 고혈압, 신장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상위에 분포했으며 19세 이상 장애성인의 비만율은 39.4%로 우리나라 전체 국민 비만율 31.9%보다 높았다. 장애인들은 이동성 제약, 비용부담, 정보부족, 장애인에 부적합한 의료서비스 장비, 제공인력 등의 문제로 의료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낮아 종합적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체계가 충분하게 제도화 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장애계는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장애인건강정책들의 실효성에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법 제정활동을 다양하게 벌여왔다. 2015년 12월에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관철시켰고, 현재 이와 관련된 하위법령안 마련을 위한 TF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장애인주치의제도

장애인건강권보장법의 핵심 중 하나는 장애인주치의제도이다. 장애인주치의란 1차 의료 전문의(주치의)가 자신을 선택한 장애인의 명부를 활용해 지속적인 환자-의사 관계 속에서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다. 장애인 개인은 동네 의원의 단골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등록한 뒤 평생 동안 진료 및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고 1차 의료 전문의는 등록환자의 평생 병력관리 및 1차 진료, 전화나 컴퓨터 등을 통한 건강 상담, 간단한 처방, 2차, 3차 의료기관의 예약, 입원의뢰,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보건관련 자료제공 및 건강교육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치의제도 도입으로 장애인의 경우 아플 때 어느 의료기관, 어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 지 등에 대해 전화 등으로 상담 가능하며 장애재활, 건강증진/질병예방 상담과 교육,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검진을 받거나 안내 받을 수 있다. 또한 언제 큰 병원을 가야 할지,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의를 찾아야 할지를 알 수 있고 주치의가 의료기록을 체계적 관리를 함으로 중복진료, 중복투약, 중복검사의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한편, 장애인주치의에 대한 전달체계로 2차 병원을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전국 262개 시군구에 2차 병원이 없는 곳이 1/5 가량에 달하고 있어 물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2차 병원의 특성상 진료 메뉴얼에 따른 검진과 치료가 이뤄져 1차 의료기관에 비해 의료비가 높게 형성될 경우 비용문제로 장애인주치의의 이용률이 낮아질 것이기에 반대했다.

7월에 열린 장애인주치의제도 토론회 사진<사진 출처-비마이너>

▲ 7월에 열린 장애인주치의제도 토론회 사진<사진 출처-비마이너>


치료증진이 아닌 인권으로서 장애인 건강권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장애인건강권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이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장애인의 건강문제를 인권으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46년 채택된 세계보건기구 헌장에서 건강권이 인권에 포함된 이래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에선 당사국의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 없이 최고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의료재활을 포함한 접근성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1~3차 장애인복지 발전 5개년 계획에선 장애인의 건강을 권리로서의 건강증진이 아닌 치료증진이라는 제한적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장애인건강권 관련 논의는 재활과 치료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머물렀던 것이 현실이었고 법 시행을 준비하는 이제부터라도 인권과 평등, 차별금지 영역까지 확대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골격으로 마련된 장애인건강권법 하위법령 제정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하위법령을 통해 마련되는 제도 시행방안에 인권적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애인건강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애계는 장애인건강권법의 기본이념인 ‘최적의 건강관리와 보호를 받을 권리’, ‘차별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성을 가질 권리’를 하위법령에 반영시키기 위하여 자체 TF 활동를 통하여 장애계 하위법령 안을 작성했다.

그동안 장애인건강은 공급자 중심의 의료정책으로 인해 많은 폐해가 나타났다. 그 단적인 예가 전체 국민보다 4배나 높은 조사망률 그리고 전체 국민에 비해 9년 정도 낮을 것으로 추측되는 사망자 평균수명을 들 수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양호한 건강상태에 도달하고, 이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보건의료시설과 건강증진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환경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빈곤장애인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권리들이 무시당해 왔던 것이다.

장애인건강권법의 전달체계를 왜곡하려는 복지부 발상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발상은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장애인건강권법의 주요 전달체계가 될 국립재활원의 당면한 과제는 장애인건강이 권리로써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장애인건강권법 하위법령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월 8일 개최된 RI Korea 국제컨퍼런스에서 국립재활원의 관계자에 의해 발표된 재활운동 및 체육에 관한 시행규칙안의 내용은 법의 기본이념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재활운동과 체육은 병원에서의 치료과정 이후에 제공되는 체육프로그램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국립재활원이 주장하는 재활운동과 체육에 관한 시행규칙안은 치료과정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에서 실패한 병원기반형 모델이다. 국립재활원은 재활운동이 필요한 장애인이 병원에 입원 중일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있는 의료수가를 적용받게 하고,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굳이 지역사회에서 재활운동을 이용하고 싶은 장애인들은 의사의 의뢰를 받아 복지관이나 공공체육시설에서 자부담과 함께 유사생활체육 형태로 제공받으라는 발상이다.

더욱이 장애인체육에 관한 이해가 없는 물리치료사를 재활운동전문가로 인정하여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유사한 방법으로 짝퉁 재활운동과 체육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퇴원 후 지속되어야할 생활체육과의 연계를 근본적으로 차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접근성 고려하지 않는 국립재활원 내 장애인건강검진센터 신축

한발 더 나아가 낮은 장애인 건강검진률을 해결하는 방안도 문제이다. 낮은 건강검진률을 높이려면 전국에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건강검진센터를 선정하고, 지원이 필요하면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하여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성을 해결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립재활원은 국립재활원 내에 수백억 원이 필요할 수 있는 장애인건강검진센터의 신축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전국의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싶은 장애인의 욕구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 정도하면 국립재활원이 장애인건강권의 전달체계로 적합한지 의문이 들 정도다.

어느 특정한 곳에 재정을 몰아주고 이것으로 마치 책임을 다한 양 하는 보건복지부나 치료와 재활을 어느 쪽에 위치시켜야 하는지도 모르는 국립재활원이나 장애인의 건강에 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의 건강권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언제든지 편하게 접근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 기관으로 몰아넣는 것은 장애인들을 또 다른 시설에 감금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덧붙임

이정훈 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