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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금기'를 깨는 '울림'으로

"공무원 노조, 정치적 의사표현 보장돼야"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이 민노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과 관련 6일 검찰이 김정수 부위원장 등 9명을 구속한 가운데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 23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특별결의문을 통해 더 이상 기성 정치권에는 희망이 없다며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또한 "공무원노조는 업무상 정치적 중립성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나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 부정 당하는 '정치적 중립'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의 정치적 중립과 신념의 자유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하위직 공무원은 업무의 성격상 대민 서비스를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표현이 고위직 공무원과 달리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인천 남동부 지부 심길웅 활동가는 "최근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과거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집권당의 요구를 반영하여 권력의 나팔수 역할을 수행했던 반성에서 비롯되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공무원이라고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2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활동보장 정책토론회'에서 건국대 법학과 이계수 교수는 "공무원의 중립의무 등을 규정한 선거법 9조는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또는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하여 구체적인 선거과정에 명시·묵시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한 것이지, 공무원 혹은 공무원노조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에 있어서까지 중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ILO규약을 비롯한 국제인권기준은 이미 1970년대에 공무원 노조의 정치활동을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한 바 있다. ILO 규약 중 1978년에 채택된 '공공부문에서의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 결정절차에 관한 151호 조약'은 "공무원은 다른 노동자와 동일하게 결사의 자유를 정상적으로 행사하는데 필수적인 시민·정치적 권리를 가지며, 오로지 그 직무의 성격과 지위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로 인해서만 구속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김명연 씨는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는 다른 노동자와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시민·정치적 권리 역시 공무원의 직무 중립성과 모순되지 않는 형태로 보장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권리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기본적 권리이며 제한을 위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단순히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의 지위, 직무의 공공성, 행정의 중립성' 이라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때에는 명확한 요건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가장 덜 침해적인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최소침해의 원칙' 등이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3월 20∼21일 이틀동안 전국대의원 500명과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에서 대의원의 경우 '공무원의 정치자유 보장 허용'에 대해 85.9%, 시민의 경우 44.5%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대의원의 경우 정당명부투표에는 76.5%가 민노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노조가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민노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노동자로서 선거라는 정치적 공간을 통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무원'에게는 노동조합 활동도 정치적 의사표현도 '금기사항'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최근 공무원 노조의 목소리는 금기를 깨는 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