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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북압박 정책에 동원된 '인권'

북한인권법안, 미 하원 상정

인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한 대북 압박이 미국 내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미국의 짐 리치(공화 아이오와주) 하원 국제관계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2004 북한인권법안'을 미 하원에 상정했다. 현재 상, 하 양원에는 지난 해 11월 상정된 북한자유법안(아래 자유법안)도 계류 중이다.<인권하루소식 3월 3일자 참조>

북한인권법안은 자유법안의 일부를 수정한 것으로, 법안의 목적에서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소가 빠진 점이 자유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 북한자유법안 연구자인 유정애(미국 코넬대 개발사회학 박사과정, 현 이화여대 여성연구원) 씨는 "(의원들 간에) 자유법안에 기재돼 있던 북핵 문제 등 정치, 전략적 사안을 해결하는 방법론에 차이가 생겨, 먼저 인권, 난민 부분에 초점을 맞춘 법안을 제출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자유법안은 인권 문제를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소라는 정치, 군사적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 체제 붕괴 겨냥한 불씨

그러나 북한인권법안은 자유법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목적 중 하나로 민주정부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을 언급하고 있어, 미국이 북 체제의 붕괴 및 남한에 의한 한반도 흡수 통일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놓지 못하게 한다. 유정애 연구원은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한반도는 '휴전상태'와 더불어 또 하나의 매복선을 안고 사는 것이 되며, 이것은 미국의 도발 근거가 될 수도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살펴볼 때, 이러한 우려는 더욱 증폭된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월 25일 ABC 방송 시사프로그램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침략이 9.11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미국의 상, 하 양원에서 통과됐던 이라크 정권교체법안(의 내용)과 밀접한 것이며, 미 행정부 정책의 일환이었다"고 답한 바 있다. 여기서 럼스펠드가 언급하고 있는 법안은 1998년의 이라크 해방법으로 짐작된다. 이라크 해방법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을 "이라크에서 사담후세인 체제를 제거하고 민주정부를 창출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개괄하며, 이라크 반정부세력의 방송 송출과 군사 원조 및 인도적 원조 등에 예산을 배정했다.


남북화해와 교류에도 역행

대북 라디오 방송 시간의 연장과 라디오 수신기의 배포, 인도적 지원 및 비인도적 지원에 대한 여러 조건 요구, 탈북자들의 입국 허용 및 난민 지위 부여 등도 자유법안에 이어 북한인권법안에도 다시 등장하는 내용이다. 미국에 의한 대북 라디오 방송은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는 등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데다, 남북의 화해와 교류 협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인도적 원조는 식량권 상황에 대한 고려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선 안 된다. 중유 제공이나 경수로 건설 등 6자회담의 의제인 비인도적 원조를 이산가족의 재결합 및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전혀 관계없는 쟁점과 연계하는 것은 6자회담에 임하는 미국 정부의 성실성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단,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미 대통령이 원조를 제공할 때 이러한 조건에 제약받지 않을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북한인권법안에서 달라진 부분이다.


북 인권 새 담론 형성 시급

인권운동사랑방, 좋은벗들, 참여연대, 통일연대 등 인권·사회단체들은 북한자유법안과 더불어 새로이 상정된 인권법안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하는 의견서를 빠른 시일 안에 미 의회와 사회단체들에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편, 유정애 연구원은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 인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담론형성 및 적절한, 그리고 합당한 대응"이라며 "아니면 계속 이러한 법안들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고 언젠가는 통과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