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고 최옥란 씨 추모제, 경찰 폭력 진압

참가자 80여 명 연행, 장애인 부상 … 경찰 "야간집회 금지"

차별을 없애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장애인들의 몸부림이 경찰의 방패에 처참하게 뭉개졌다.

24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최옥란 열사 2주기 추모제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 김정하 씨 등 82명(비상대책위 발표)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2명이 실신하여 응급실로 이송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장애인 2명은 서울대병원과 강북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치료중이다.

현장에 있었던 원불교인권위원회 김치성 활동가는 "300여 명에 달하는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이 문화제 참석자들을 에워싸더니 폭력적으로 연행해 갔다. 경찰들은 심지어 휠체어에서 떨어진 장애인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1대가 부서지고 경찰의 욕설과 참석자들의 비명이 난무했다. 추모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장애인들이 고통을 호소하자 '쇼한다'며 장애인들을 모욕했다"고 증언했다. 종로경찰서는 연행의 사유로 야간집회 금지조항 위반을 들고있다. 하지만, 행사는 추모제로 지난해에도 평화적으로 치루어진 바 있다. 따라서 이날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은 최근 촛불집회와 개악 집시법 불복종 운동 등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기 위한 무리수로 해석된다.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차별은 이날 경찰의 무자비한 방패 못지 않다. 추모제에 참가한 장애인 박동렬 씨는 "중국집 갔는데 (우리로 인해)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쫓긴 적이 있다. 또 커피숍에서 장애인이 써빙을 하면 컵을 엎어놓고 나가버리는 손님이 있다"며 비장애인들의 편견에 찬 차별을 지적했다. 이에 장애인 박덕근 씨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많이 접하면 이런 편견은 서서히 허물어질 것"이라며 "이런 편견은 장애인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환경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 장애인 박주희 씨는 "장애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이 차별 받고 억압받고 폭력에 노출된다"며 중첩된 차별의 고통을 토로했다.

문화제에 앞서 낮에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선포결의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기획단)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제안하고, 3월 26일부터 4월 20일까지를 장애인차별철폐투쟁기간으로 선포했다.

기획단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1년 동안 장애인들을 억압하면서 단 하루 떡 주고 공연을 보여주는 기만적이고 시혜적인 장애인의 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는 "이 사회는 장애인이 방안에서 그냥 조용히 주는 밥 먹고 살아가는 것을 원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단호하게 외쳤다.

대회가 끝나고 공동대표들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 노동권 이동권 교육권 보장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등 12가지 요구안을 국무총리실 윤중식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하고 고건 대통령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날, 기획단은 고 대행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노숙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