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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들이 바라는 건 작은 보금자리"

사회단체들, 상도2동 강제철거 중단·주거권 보장 촉구

추위와 어둠, 굶주림과 외면 속에서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철거민들이 서울도심 하늘 아래 마지막 피난처를 지키며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001년말부터 시작된 상도2동 강제철거. 단돈 200만원을 이주비와 보증금이라고 제시받은 철거민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길거리에 나앉거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맞서 싸우는 길뿐이었다. 긴 투쟁 끝에 남은 마지막 보루가 바로 고공농성장, '골리앗'이다.

지난 11월 28일 경찰과 철거용역은 이 마지막 보루마저 빼앗으려 무려 1500여명을 동원해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시도하였다. 철거민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자, 경찰과 철거용역들은 '골리앗'으로 들어가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식료품과 의약품 반입을 차단했다. 급기야 11일 새벽에는 전기와 수도마저 끊었다. 이제 갓 돌을 넘긴 아기의 존재도, 60세가 넘은 할머니들의 존재도 그들에게는 고려할 바가 아니었다.

이에 전국민중연대와 전국빈민연합은 12일 오후 3시, 골리앗 앞에서 단전·단수 조치를 규탄하고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경찰은 이들의 골리앗 접근을 가로막다 항의가 빗발치고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자 마지못해 진입을 허용했다. 다행히 단체들이 준비해 간 아기 분유를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철거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단체 대표들은 "혹한의 겨울철에 거리로 쫓겨나면 갈 곳도 없는 상도2동 철거민들은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계의 터전에서 가족들끼리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작은 보금자리를 원할 뿐"이라며, 경찰과 동작구청, 건설사측에 강제철거 중단과 가수용 시설과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 철거민들을 위해 의료지원활동에 나섰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종민 의사는 "어둡고 추운 너무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대부분의 철거민들이 감기에 걸린 상태며, 고혈압 등의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분들도 여럿 계셨다"며 "약을 처방해드리기는 했지만, 주위환경이 중요하다"며 문제의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대표자들은 또 노량진경찰서를 항의방문하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철거민들과 시공사의 협상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노량진경찰서측은 이제까지 진행되지 못했던 협상을 13일 오후 3시 골리앗 근처에서 진행하자고 확답했으나, '단전·단수 문제'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