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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린 겨울, 얼음장 최저생계비

최저생계비 현실화·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농성

각계각층이 다양한 사안을 걸고 농성중인 서울역 앞에 새로운 농성캠프가 자리를 잡았다. '빈곤문제 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은 24일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일간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농성단은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생활법)이 대부분의 빈곤층을 수급권자에서 제외시키고, 낮은 생계급여제공 등으로 저소득 빈곤계층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어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며 △최저생계비 현실화 △주거급여 인상 △비급여 의료항목 대폭 축소 △비수급 빈곤계층에 대한 부분급여 전면 확대 시행 △노숙인에 대한 긴급생계급여 지원 등을 골자로 한 10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기본생활권쟁취와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현실화를위한연석회의' 유의선 사무국장은 "당장 다음주인 12월 1일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공포되고 2일 내년도 예산안 의결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정부의 빈곤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공동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먹고살고 치료받게 해달라"

올해 1인 기준 최저생계비는 35만6천원에 불과하다. 이보다 소득이 낮은 수급권자들이 받는 급여수준도 자연히 필요생계비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농성에 참여하는 한진구 씨(1급 장애인 수급자)는 "기초생활법으로 현금 31만원과 장애인 연금 8만원을 받지만 관리비와 공과세, 치료비로 이미 35만원 이상이 지출되고 있어 주위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비현실적인 수급 기준을 비판했다.

특히 의료비가 많이 소요되는 장애인들에게 의료급여의 확대는 절실한 사안이다. 급여를 받더라도 의료비의 35%~46%를 자신이 지불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대다수 장애인들이 의료비로 엄청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원수에 따라 2만3천원∼5만1천원 정도 지급되는 주거급여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싸다고 하는 영등포 쪽방조차 한달 25만원이 있어야 살 수 있다"며 주거급여를 현실화할 것을 주장했다.


노숙인에게도 급여 지급해야

농성단은 또 수급자에서 제외된 650만 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가구)에도 급여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류정순 소장은 특히 "(현행 기초생활법이) 노숙인 등 주민등록증 말소자들을 차상위계층으로 분류, 수급권을 발탁함으로써 그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의선 사무국장은 "정부가 노숙인 특별대책으로 '기초생활보장번호'를 부여하고 '긴급급여'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했지만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소득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승용차 등의 재산을 소득에 합산시키는 소득인정액 제도와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정소득제도 역시 빈곤계층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김형탁 부위원장은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문제는 실업 위기와 불안정한 노동현실이 계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투쟁도 함께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성단은 향후 농성장을 중심으로 선전전을 벌여나가게 된다. 26일에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27일에는 노숙인들과 함께 긴급급여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공포되는 내달 1일에는 1인가구 최저생계비를 실제 물품으로 바꿔 대통령에게 그것만으로 한번 살아보라고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