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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테러방지법 '3당연합안' 국회 제출

본질적 문제점 놔둔 채 부분 땜질…인종주의적 발상 드러내


지난 10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홍준표(한나라당), 함승희(민주당), 김덕규(열린우리당) 의원이 새로운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정보위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3당연합안'은 지난 8월 국정원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민주당이 발의했던 테러방지법 수정안과 내용 면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3당이 연합해 마련한 법안이어서 정보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가깝게는 14일 오전 10시 정보위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 3당연합안에서 8월의 수정안과 달라진 점을 찾아내기란 '숨은 그림 찾기'보다 힘들다.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여전히 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테러활동'을 비롯한 불명확한 개념을 삽입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가능케 한 조항들도 버젓이 버티고 있다. 또 테러예방을 빙자하여 외국인에 대한 자의적인 감시와 출입국 규제 등을 가능케 한 조항과 시민들의 통신에 대한 자의적 감청을 가능케 한 조항들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는 "이번 법안에서도 국정원 산하의 대테러센터는 의연히 살아남아 '법률적 승인'을 받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정원은 국민적 개혁 요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 "테러위협이 헌법까지 무력화시키는 마법의 주문은 아니"라면서 "테러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기반해 비밀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고 내·외국인에 대한 일상적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법안은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번 안에서 달라진 점이라고는 △대테러센터의 권한 중 '대테러활동의 기획·지도 및 조정'에서 '지도'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시설 보호와 경비를 위해 동원된 군병력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국방부장관에게 부여하며 △테러와 관련된 허위사실의 신고·유포 등에 관한 대테러센터 직원들의 수사권을 삭제하도록 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그 동안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아온 조항들을 손질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 통과를 겨냥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부분 땜질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이주영 상임활동가는 "'지도'라는 단어가 삭제되었다 해도 엄청난 정보력을 갖고 있는 '음지의 권력기관' 국정원이 다른 국가기관들을 사실상 지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동원된 군병력의 지휘·명령권이 국방부장관에게 있다고 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 한 가운데 군부대가 드나들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이번 3당연합안은 발의 이유를 "북한·이슬람 등의 국내외 테러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신체를 보호하기 위해"라고 밝혀 낡은 냉전적 인식과 인종주의적 편견마저 드러내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회귀시키자는 것일 뿐만 아니라 12억 이슬람인들을 모두 테러위협분자로 규정하는 신인종주의적 발상이다.

이와 관련해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13일 낮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항의시위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