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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실정양원, 기도원 빙자 감금․착취

인권단체들 기습 방문조사…불법감금․착취 사실 드러나

한 기도원이 정신질환자 등을 수용하면서 불법감금과 폭행 등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었던 사실이 기습조사를 통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국회 김홍신 의원실은 언론사 취재진과 함께 개신교 기도원인 경기도 양평 성실정양원(원장 김학념)을 기습 방문했다. 조사단은 수용시설을 시찰하고 수용자 100여 명을 대면 조사해 감금과 폭력 등 인권침해 실태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는 성실정양원에 수용돼 있다 나온 모 씨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정신과 진단서 없이 불법감금 자행

75년 문을 연 성실정양원에는 현재 정신분열증 환자와 알콜중독자 등 총 204명(남자 175명, 여자 29명)이 수용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신질환과 관련 없는 사람들도 다수 감금돼 있었다. 조사단이 확인한 입소대장에는 정신과 진단서가 아예 없거나 입소일보다 훨씬 오래된 진단서가 첨부된 경우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정신과와 상관없는 외상 진단서가 첨부돼 있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동거하다 가출한 후 남편에게 붙들려 성실정양원에 갇힌 김모 씨는 "남편이 4월말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해서 기다렸는데 반년이 지났지만 연락 한번 없다"며 "내가 왜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김 씨는 "정신과 진단은 물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도 보호자 동의 없이는 나갈 수 없어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했다"면서 "제발 나가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게다가 수용자들이 가족을 면회할 때 관리자가 배석해 대화내용을 일일이 기록한 문서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즉석에서 "정양원 실태를 외부로 알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실제로 수용자들은 관리자 없이 이루어진 면담조사에서 "수용자 중에 프락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말을 아끼는 등 공포에 떨고 있었다.


기도원은 '재산증식' 수단일 뿐?

한편 정양원 측은 가족이 '보호비' 명목으로 보내주는 한 달 30만원의 돈(전체 약 6000만원)을 받아 챙기면서도 수용자들을 시설 증축과 주변 농사일에 무임금으로 동원해 일당을 갈취해 왔다. 관리자들은 "하고 싶은 사람이 '대민지원'을 목적으로 '자원봉사 동의서'를 쓰고 하는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용자들은 "유일하게 바깥에 나갈 수 있는 기회라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액도 본인에게 주지 않고 정양원측이 착복해온 것도 통장 확인 결과 밝혀졌다.

또 조사단이 확인한 정양원 건물의 외벽에는 쇠창살이 달린 창문만 높이 달려 있었고 출입구는 두꺼운 철문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또 10명 내외가 생활하는 2평 남짓 방에는 따로 화장실 없이 한 구석에 변기가 놓여 있었다. 밤에는 방문을 밖에서 잠그면서도 대피통로는 확보해 놓지 않는 등 화재발생 시의 대책이 전무했다.

게다가 2층에는 '벌방' 역할을 하는 2개의 교육방이 있었다. 수용자 김모 씨는 "말썽을 부려 교육방에 갇히게 되면 낮에도 나올 수 없고 심한 경우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 놓기도 한다"면서 "한 달이나 갇혀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기도원이니 예배 강요는 당연?

또 수용자들은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 저녁 8시에 잠들기까지 하루 4번의 예배에 무조건 참여하도록 강요받아 왔으며, 이를 거부하면 '교육방'으로 직행해야 했다. 또 두 눈을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들어갈 정도로 찌르는 안수기도가 치료 명목으로 행해졌다. 관리자들은 "원하는 사람한테만 실시된다"고 해명했지만 수용자들은 "말 안들으면 안수기도 받는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조사단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하자, 감리교 목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관리자는 "사람의 법이 하나님의 법을 이길 수 없다"면서 '종교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


심층 실태조사 실시하고 합법화해야

이렇게 '종교시설'로 시작한 기도원이 정신질환 시설로 운영되는데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데에는 정부의 허술한 대책이 한몫을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부터 석 달간 시행한 '미신고 복지시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008개의 미신고 시설이 노인과 아동 등 1만7170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중 정신질환 시설은 21개로 907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중에서 20개 시설이 2005년 7월까지 요건을 갖춰 양성화하는 조건으로 신고해 현재 시설 개·보수비 지원대상으로 지정됐다. 성실정양원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도지사 명의의 성금이 두 차례나 전달되는 동안에도 정양원은 인권침해 실태를 숨겨오면서 '반합법' 상태로 계속 운영돼 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박숙경 팀장은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된 시설의 운영자가 합법화라는 면죄부를 받게 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양성화 대책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려면 민간단체와 전문가의 감시 아래 심층 실태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성실정양원을 담당하고 있는 양평군 보건소 관계자는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관계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고 철저한 지도관리를 해나가는 등 최대한 빨리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