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되살아난 전향제도 무덤으로 돌려보내야"

학술·인권단체 긴급토론회…"검찰 자백강요는 사실상 전향강제"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5일 학술단체협의회와 민교협 등 9개 학술·인권단체들은 "'전향'과 인권-송두율 교수 구속사건과 전향의 법·사회학"이라는 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열고 전향제도의 반인권성을 낱낱이 해부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정기 교수(전남대 사회학)는 "검찰이 처벌의 수위를 반성과 참회의 수준과 연계시키는 것은 사실상의 전향 강요"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향제도가 송교수 사건을 통해 잡초와 같은 생명 력을 보이며 부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전향제도는 "한 인 간의 사상을 통제하고 그것을 이유로 처벌함으로써 분단체제와 권위주의체 제를 지탱해 온 중요한 장치였다"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전향제도와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벌 수위와 연계시킨 반성=전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김은주 신문모니터위원장은 언론이 여론재판을 통해 전향몰이에 나서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수구언론은 확대과장보도와 무책임한 의혹제기를 사실인 양 받아쓰는 '따옴 표 저널리즘'으로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송교수에게 전향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전향을 해야 선처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준사법기관의 역할까 지 자임했다"고 분석했다.

토론자로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정희 변호사는 "우리가 국가 보안법을 내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북한 화해교류시대에 노동당에 가입한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변호사는 또 "형사절차에서 자백강요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번처럼 드러내놓고 검찰이 구 속을 자백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적은 없었다"며 "송교수에게 정치국 후보위 원임을 자백하면 전향으로 봐주겠다는 식으로 강요하는 것은 '자백을 증거 의 왕'으로 보아왔던 구시대적 형사사법체계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노동당 가입한 게 뭐가 문제되나"


이상영 교수(방송대 법학)는 지금과 같은 야만적 현실에 직면하여 "송교수 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묵비권의 행사였을 것"이라며 "송교수의 삶을 낱낱이 따지려 하지말고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좀더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전향제도의 부활을 막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이 어졌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사상전향의 작동 메커니즘 과 언론의 반인권적 매카시즘 공세를 제어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과 H. J. 크리스만스키 명예교수도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크리스만스키 교수는 "송교수에 대한 혐의 내용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인권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며 그의 빠른 석방 을 기대한다는 하버마스 교수의 전언을 갖고 왔다"며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경계인'이 귀중한 역할을 수행했듯이 화해를 통해 분단을 극복해야 할 한국에도 경계인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계인 존재, 분단극복 위해 필요"


한편, 이날 오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서울지검 기자실에 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주나 자해의 우려가 없는 송교수에게 수사 도중 포승과 수갑을 강제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되며 △변호인 입회를 거 부하고 자백강요를 통해 사실상의 전향을 강요한 것 역시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며 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