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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투병 파병은 이라크 민간인 학살"

이라크 파견 평화활동가 ·의료진 공동 기자회견 열어


"고의적으로 조장된 무지와 맹목이 판을 치고, 전쟁과 함께 국익을 말하고, 친구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의 피를 흘리게 해도 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한국사회의 현실이 당혹스럽고 절망적이다."

이라크 전쟁 전후로 이라크에 파견됐던 평화활동가와 의료지원단이 추가 파병을 막기 위해 다시 나섰다. 24일 이라크반전평화팀,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지원단 등 평화활동가 61명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파견 당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파병반대를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의료지원단으로 지난 7월까지 석 달간 이라크에 있었던 우석균 씨(의사)는 "전쟁 이후 발전시설이 복구되지 못해 정수시설도 가동되지 않고 있어 오물이 티그리스 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갈 정도로 위생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이라며 "의약품과 식량 부족까지 겹쳐 설사병과 감기로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의료지원단 조사 결과, 어린이 100명 중 35∼40%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초등학교 고학년생 중 84%는 "자신은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우 씨는 "전투병 파병은 이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보낼 것은 인도적 지원이지 군대와 폭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열화우라늄탄의 피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지난 5월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열화우라늄탄에 의해 파괴된 후세인 대통령궁 근처 방사능 수치가 통상수준보다 1900배나 높았으며 바그다드 외곽에서도 통상수준의 1000배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 씨는 "정상치의 50배나 되는 방사능이 환자의 손에서 측정되기도 했지만 미군은 열화우라늄탄의 사용량과 사용장소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그 유해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파견작가로 이라크에 머물렀던 오수연 씨는 추가 파병 목적으로 제시된 '치안유지'에 대해 "현재 이라크의 치안문제는 강도, 약탈 등의 범죄나 종족, 종교간 분쟁이아니라 미군 점령을 반대하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을 의미한다"며, "군수차량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치안을 맡는 차량이나 바그다드 시내 신호등을 고치는 미군도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폭력평화연대 한상진 씨도 "한국이 치안유지를 위해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점령군 입장에서 독립세력을 진압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24일 출발한 '정부조사단'에 맞서 '시민조사단'을 다음 달 중에 이라크로 파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