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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반핵투쟁, 부안 넘어 전국으로

환경사회단체들, 핵폐기장 선정 철회 비상대책위 발족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부안 주민들의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21일 서울에서 '부안 핵폐기장 선정 철회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위'(아래 비대위)가 발족됐다. 전국민중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43개 환경사회단체가 참여한 비대위는 발족 선언문에서 "노무현 정부는 핵폐기장 선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절차적 문제에 저항하는 부안지역 주민의 정당한 투쟁을 폭도로 매도·조작·과장하는 등 의도적인 긴장을 부추기고 있다"며 "핵정책의 문제는 부안 군민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발족 취지를 밝혔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도 "핵 위험이 부안에 국한된 것이 아닌데다가 부안 주민들의 투쟁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데도 그 동안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해 부끄러웠다"며 "이번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부안의 투쟁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시키자"고 말했다.

비대위는 앞으로의 활동계획으로 △전국 동시다발 거리 홍보전 △국회 토론회와 간담회 △매월 1회 청와대 앞 항의집회 △부안군민 상경투쟁 지원 △청와대·국회·관련부처 장관 면담 등을 내놓았다. 가까이는 24일 탑골공원에서 위도향우회와 함께 촛불시위와 추석 귀향 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범부안군민대책위 고영두 대외협력위원장은 비대위 발족을 크게 환영하며 "핵폐기장 저지 투쟁이 우리 나라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오랫동안 대안 에너지 연구를 해온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이필렬 교수(방송통신대 교양과정부)는 "근본적으로 핵폐기물 문제는 핵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풀 수 있다"고 전제하고 "원자력 발전은 유럽처럼 서서히 줄여나가고, 그 대신에 태양열이나 풍력처럼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동시에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주민들의 시위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모색해가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극단적 행동이 계속돼 대화를 못하게 되면 정부 방침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대외협력위원장은 "핵폐기장 선정 자체를 백지화한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지 제대로 된 대화가 될 것"이라며 "현재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구속·수배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한달 남짓의 투쟁 결과 주민 7명이 구속됐고 30여명이 불구속 수사 중이며 대책위 김종성 집행위원장 등 5명이 수배 중이다.

비대위 결성식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도 "노 대통령과 고영구 국정원장은 89년에 영광 핵발전소 11·12호기 건설 반대 100인 선언에 참여해 반핵 입장을 분명히 한 적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안 군민들의 저지 투쟁은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매일 저녁 촛불시위와 5일 1500여대의 차량시위, 7일 부안군 이장의 과반수의 사퇴 선언, 13일 군민 2만여명의 총파업, 13일과 17일 고속도로 점거투쟁에 이어 21일에는 대규모 해상시위가 또다시 열렸다. 향후 부안 군민들은 고속도로·철도·댐·고압 송전선로 점거 투쟁과 함께 10월 전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저지 투쟁에 돌입하는 등 완강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