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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정보인권'을 지키고자 한 죄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전교조 교사들이 집단 연가를 내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네이스)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과 검찰은 교원노조설립법 상 금지된 '쟁의행위 주도'란 꼬리표를 붙였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도 맞장구를 쳤다. 교사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제인권기구와 노동기구의 권고에는 눈감고, 귀 막았다.

단결권, 단체교섭권뿐 아니라 파업권 역시 교원에게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란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금기에 속한다. 교원에게 단결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만든 교원노조 설립법조차 '일체의 쟁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규정을 두어, 사실상 단결권마저 무력화시켰다. 더구나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 연가는 엄격히 따지면 '쟁의행위'라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제한적인 법에서조차 보장하고 있는 연차휴가를 토요일에 사용한 것마저 '불법'이라 도장찍고 나니, 어느새 구속 사유로 돌변해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노조 혐오증에 눈 벌건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현실을 익히 알면서도 교사들이 '굳이' 집단 연가투쟁을 벌인 이유는 무엇인가?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학교 밖으로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고 집중시키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교육부의 약속 파기로 두 차례나 물거품이 된 후였다.

전교조를 두고 짐짓 엄한 어조로 '불법행위' 운운하는 경찰·검찰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네이스를 강행하고자 하는 교육부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들의 기준은 법전이 아니다. 단지 보수 여론에 장단맞출 뿐이다. 전교조를 범법 집단으로 낙인찍어,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네이스 반대 투쟁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려는 것인가. 바른 말로 교육 현장을 '어지럽히는' 교사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인가.

법 집행을 가장한 탄압으로 교육 민주화의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 네이스 반대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수도 없다. 학생인권,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은 더 강한 물줄기가 되어 흐를 것이다. 원영만 위원장을 석방하라. '정보인권을 지키고자 한 죄'란 새로운 죄명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