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논평> 56만원을 '최저임금'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이맘때가 되면, 가난한 저임 노동자들의 마음은 한차례씩 바닥을 친다. 그네들 기본급의 '맞춤 기준'이 될 최저임금이 한해의 고달픔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또 얼마나 더 이 악물고 살아야 하나. 말 그대로라면 최저임금은 저임 노동자가 최소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받아야 할 임금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는 사용주가 안전하게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임금 지침이 되고 있다. 이 정도면 법에 안 걸린다고 말해는 것이다. 죽지 않을 만큼은 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지도 모른다. 그렇긴 하다. 죽지 않기 위해 저임 노동자들은 잔업에, 철야에 죽지 않을 만큼 자신을 혹사시킬 테니까.

바로 어제, 올 9월부터 1년 간 적용될 최저임금도 그렇게 결정됐다. 56만7260원(시급 2천510원). 지난해 도시근로자 3인 가구 평균 생계비 194만4천원과 비교해 볼 때, 고작 29%밖에 안되는 돈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위원 모두가 이런 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돼선 안된다고 위원직을 사퇴했는데도, 사용자 위원들과 간판만 '공익'인 위원들끼리 이렇게 정해버린 것이다.

애초 노동자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액은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70만6백원(시급 3,100원)이었다.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외국의 경우 통상임금의 1/2 내지 2/3를 최저임금으로 정한다. 또 독신 1인 노동자(29세 미만)의 필요 생계비가 1백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노동계의 요구안은 오히려 모자란 것이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공익'위원들조차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닫았다.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나 노동자간 소득불평등 해소라는 최저임금제의 취지는 이렇게 실종됐다.

최소한 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이 아닌 것을 '최저임금'이라 부를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효라 규정한다. 더 이상 '최저임금'이란 이름으로 저임 노동 착취를 합법화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