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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건 건설현장이 아니라 전쟁터입니다"

한해 7백명씩 죽어나가는 건설현장…이주노동자는 파악도 안돼

"건설현장이니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요?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요? 2002년 한해만 사망자가 6백67명, 부상자가 1만9천9백25명에 이릅니다. 이것은 건설현장이 아니라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1일 오후 1시, 노동자들의 축제인 노동절 행사가 진행되던 대학로 거리에서 건설노동자들의 분노와 절규가 터져 나왔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용식, 아래 건설연맹)이 주최한 '건설현장 산재추방 결의대회'에서 건설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것은 다름 아닌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였다.

이어진 '건설현장 산재사망자 위령제'에서는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6백67분의 위패가 모셔졌다. 6백67명의 위패와 함께 음식이 차려지고, 망자들의 넋을 달래는 씻김굿판이 벌어졌다. 죽은 사람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망자들을 편안한 저승길로 인도한다는 씻김굿. '더 이상 죽지말고, 해방세상 가세'라는 노랫가락에 굿판은 최고조를 이뤘고, 위령제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은 이름 없이 죽어간 동료 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한켠에서는 건설현장의 산재사고와 산업안전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 60여 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중장비에 치어 몸뚱이만 남은 사진, 추락사고로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사진, 압착사고로 사망한 사진 등은 노동절 집회를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허술한 안전시설과 처참한 사고 사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통계로만 보더라도 2000년에서 2002년까지 건설노동자 산재사망 숫자는 1천9백40명. 한 해 평균 6~7백 명의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업주들이 건설수주를 따내기 위해 산재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의 60% 이상은 감춰지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1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전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건설연맹의 설명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안전시설만 갖추어도 예방할 수 있는 원시적 추락사고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시설을 확충해도 부족할 터에 오히려 사업장 규제완화로 안전관리자와 안전점검, 안전교육 등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만 챙기는 안전불감증에 노동자만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여수의 율촌 산업단지에서 또다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령제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은 다음에야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냐"며 건설현장에서 산재를 추방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