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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이라크 민중에 대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4월 28일 저녁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 마을, 한 무더기의 이라크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미군이 점령중인 학교를 향해 행진했다. 그들은 어떤 무기도 들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군이 학교에서 떠나 수업이 재개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스물 한 살의 아메드 카림은 한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그러나 그들을 맞이한 것은 총알이었다. 죽은 사람은 최소 13명. 그 중 여섯이 열 살도 채 안된 어린아이들이었다고 한다. 30일에도 같은 마을에서 미군의 총구는 불을 뿜었다. 이틀 전 학살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시위군중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는 팔루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앞서 4월 15일과 16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도 미군은 이라크 민중들을 향해 발포를 했다. 미군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행위를 자위권의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맨 몸의 이라크 민중들은 무장한 미군들을 '위협'한 대가로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이라크 민중들의 말할 권리, 모일 자유는 '해방자'를 자처한 미군에 의해 피범벅이 되고 만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24일 이라크 주둔 지상군 사령관은 "누구든 미국이 이끄는 권위에 도전하면 체포될 것"이라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포함으로써, '해방자'의 가면을 확실히 벗어 던졌다.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이라크 민중들의 것이 아님은 더욱 분명해졌다. 얼마 전에는 이라크인 약탈 용의자 4명이 가슴에 '도둑'이란 글자를 새긴 채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 경악할만한 일이 바그다드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중세 암흑 시대를 연상케 하는 이 야만적 형벌이 미군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 아니다. 점령군 미군이 생각하기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니 피의자의 권리니 하는 것들은 이라크 민중들에게 불필요한 것인 게다.

부시가 전쟁 종료와 미국의 승리를 선언한 이후, 우리의 관심은 어느새 이라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로부터 아직 우리의 눈길을 거둘 때가 아니다. 공식적인 이라크 전쟁은 끝이 났지만,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사라진 그곳에서 이라크 민중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아니, 바로 말하자면 전쟁이 아니라 미군에 의한 일방적인 살인과 기본권 압살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