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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연재> 소리없는 '사형선고', 사회보호법 ⑥ <끝>

보호감호제도에 마침표를 찍자!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은 갈망한다. 높은 담장과 철탑 안에 갇힌 삶을 벗어나기를. 이미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을 다 받은 그들을 여전히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보호법'이다. '사회보호법'의 23년 억압의 역사에 올해는 과연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3월 11일 인권단체들은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를 결성했다. 지난 해 피감호자들이 단식농성을 통해 보호감호제도의 반인권성에 대한 긴급 타전을 바깥 세상에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 내에서도 현재 사회보호법 중 보호감호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이 검토 중이다. 때문에 올해 사회보호법 개폐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러나 법무부가 내놓을 개선방안이 가출소를 확대하거나 보호감호소를 현재의 오지에서 도시 근교로 이전하는 등의 부분적인 처우 개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대위의 박찬운 집행위원장은 "보호감호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차원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단순한 처우 개선으로는 보호감호제도가 갖고 있는 억압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보호법이 말하는 보호감호의 목적은 이른바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격리'시켜 이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상습범이란 이유로 형이 끝난 후에도 시설 내에 격리시키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국가의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상임활동가는 보호감호제도의 또 다른 본질적인 문제로서 "이른바 상습적인 범죄를 초래하는 빈곤문제, 즉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감으면서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제도가 범죄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는 전혀 손대지 않은 채 단지 범죄자들을 격리와 순화의 대상으로만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호감호의 대상이 되는 대다수의 범죄 유형은 빈곤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피감호자의 죄명별 비율을 보더라도 절도가 압도적인 점(2001년의 경우 76%)이나 대다수가 학력이 낮다는 점(무학 : 21.9%, 초졸 : 40.3%, 중졸 25.4%) 모두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한 피감호자의 절대 다수가 절도범이라는 사실은 보호감호제도가 없어지면 흉악범들로 사회가 위험해질 것이란 불안감도 사실상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또한 유 활동가는 "보호감호제도가 피감호자를 교육, 개선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오랜 격리 생활로 인해 오히려 사회 적응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그 결과 다시금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러한 성격 때문에 과거부터 보호감호제도는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영원히 사회에서 추방해야 할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변호사는 "소위 사회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형기가 끝난 후에도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못박는다. 박 변호사도 "범죄인에 대한 재사회화라는 목적은 현재의 행형제도의 개선을 통해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며 보호감호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유 활동가는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상습범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빈부 격차의 해소 등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