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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양심수 1%밖에 못 나왔다"

양심수 1164명 여전히 투옥…인권단체들, 선별사면 규탄


노무현정부의 첫 양심수 사면이 우려대로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29일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늘자로 공안․노동사범 1424명에 대한 '새 정부 출범 기념' 특별 사면․복권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감 중이던 기결 양심수 13명이 잔형 집행이 면제돼 29일 오후 5시께 전국 교도소에서 풀려나 자유를 되찾았다. 풀려난 양심수에는 민혁당 사건의 김경환․임태열․하영옥 씨, 간경화로 옥중투병 생활을 해 온 영남위원회 사건의 박경순 씨, 한총련 6기 의장 손준혁 씨 등이 포함됐다.

구미유학생간첩사건의 강용주 씨, 외국인간첩사건의 정수일 씨('깐수') 등 가석방 또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있던 39명은 잔형이 면제되고 복권됐으며, 정갑득 현대차 노조위원장 등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 상태에 있던 916명은 형선고실효․복권됐다. 또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문규현 신부 등 공민권 행사를 제한당해 왔던 432명도 복권됐다.

그러나 '대대적' 사면이라는 포장을 뜯어보면, 지극히 실망스러운 '선별' 사면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다수 인권단체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풀려난 양심수는 불과 13명에 그친 반면, 시국사건 관련 미결수 32명과 병역거부 양심수 1132명은 여전히 차가운 감옥 안에 있기 때문. 또한 한총련 수배자 176명을 비롯한 수배자들에 대한 수배해제도 이번 사면에서는 제외됐다.

사면․복권 내용이 발표되자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6개 인권단체들이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모든 양심수의 석방과 수배조치 해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역시 "이번 사면은 기대했던 바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했고, 민가협은 "불완전한 사면"이라 평가했다.

특히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도개선을위한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한홍구 교수는 "불과 1%에 불과한 양심수가 석방되었을 뿐"이라며 "정부는 1천명이 넘는 양심수를 가두고 있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사면은 법무부 소관'이라며 답변을 회피해왔던 국방부가 병역거부 양심수의 사면을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며 "국방부는 인권단체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형기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결수 가운데 유일하게 석방되지 못한 이석기 씨(민혁당 사건)의 누나 이경진 씨의 분노는 더욱 컸다. 이 씨는 "암투병 중인 팔순 노모가 죽기 전에 아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여보겠다며 차가운 노상에서 1인 시위까지 벌여왔다"면서 "석기를 사면에서 제외한 것은 법의 형평성을 떠나 인륜마저 저버리는 행위"라며 울부짖었다.

특히 김경수 법무부 검찰3과장이 "그동안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풀어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이석기 씨 등을 제외한 이유를 밝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 씨는 "이미 11개월째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양심수나 생활까지 파탄 난 가족들 앞에 판결문의 잉크를 운운하는 것이 말이나 되냐"면서 분노했다.

최근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하영옥 씨의 부인 김소중 씨도 "4년만에 아빠를 만난 두 딸아이가 뛸 듯이 기뻐한다"고 전하면서도 "남편이나 나나 나오지 못한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김 씨는 "이제 나온 사람들이 계속 양심수 석방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