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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반전물결, 국회 파병동의 연기시켜

파병동의안 재상정 가능성 여전…완전폐기까지 힘 모아야


불법적 침략전쟁과 학살에 가담할 수 없다는 전국민적 열망과 힘이 모여 파병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일단 저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2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온 나라에 울려퍼진 파병반대 함성으로 결국 파병 동의안 처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파병 동의안이 완전 철회된 것은 아니다. 이달 말 본회의가 다시 개최되거나 4월 2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파병 동의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남아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오후 4시경 여야 총무회담에서 표결을 미루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이날 하루 국회 앞은 파병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이 시시각각 벌어지며 숨가쁘게 돌아갔다.


숨가빴던 국회 앞 현장

표결을 앞둔 국회의사당 주변은 빼곡하게 진을 친 전경들과 전경버스로 물샐 틈 없이 채워져 있었다. 오전 11시 40분, 인권·사회단체 대표자와 활동가 50여명이 전쟁 중단과 파병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정문 앞 기습시위를 전개, 연좌 농성을 벌이다 결국 경찰에 들려 모두 국회 맞은편으로 밀려났다.

본회의가 시작될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집회 참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1천여 명에 이르렀다. 1시 40분경,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국회 앞에 늘어선 전경버스에 올라가 "이라크 민중 살육하는 더러운 전쟁에 파병이 웬 말이냐"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국회를 향해 펼쳐들었다.

2시경 차량의 경적 소리가 의사당 앞에 울려 퍼졌다. 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소속 조합원들이 여의도 일대에서 파병을 반대하며 경적 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이어 수녀 50여명도 국회 건너편에서 평화의 인간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비슷한 시각, 대학생 30여명이 파병동의안의 본회의 상정 자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관 후문 쪽으로 달려갔으나 이내 전경들에게 전원 연행됐다. 한 학생은 전경버스로 연행된 뒤에도 붉은 글씨로 'NO WAR'라고 쓰여진 홍보물을 밖을 향해 펴들었다. 이후 국회본관 후문의 셔터는 굳게 내려진 채 사람들의 출입을 완전 봉쇄했다.


"우리의 힘이 오늘 표결 막아냈다"

4시쯤 파병동의안 본회의 상정이 미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3일부터 국회 앞에서 삭발 단식농성을 벌여왔던 한상렬 목사는 "매일 국회 앞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지나가면서 애쓴다고 말해주는 국회 직원들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우리의 힘이 모여 오늘 파병 동의안의 국회 상정을 막아냈다"며 감격해 했다. 그러나 한 목사는 "폭격에 발이 잘린 한 이라크 소녀의 사진,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힌 아들의 사진을 보며 오열했다는 한 미군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 전쟁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며 전쟁 중단에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파병 동의안이 완전 철회된 것은 아니어서 참가자들은 이후 투쟁 일정을 확인하며 해산했다. 앞으로 전쟁 중단·파병 저지를 위한 행동은 26일∼28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 29일 낮 3시 민중대회, 31일부터 파병 동의안이 철회될 때까지는 밤샘 농성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경찰 노상 감금 법적 대응키로

한편, 이날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집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참가자들의 출입을 통제해 분노를 샀다. 심지어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해 소변을 볼 수 있는 임시 화장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에 인권운동사랑방은 "경찰의 이러한 행위는 과도한 공권력 남용에 따른 불법 노상 감금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을 접수시켰다. 당시 집회에 참가하고 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상희 변호사도 "추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 국회 출입 통제 강력 항의

한편, 11시경부터 국회경비대가 일반인들의 국회 출입을 완전 통제하자, 국회도서관과 의원회관을 찾은 학생과 시민 10여명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에 오후부터 경비대가 주민번호를 일일이 적은 후 출입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시민들이 이러한 절차에 다시 항의한 끝에 결국 주민번호를 적지 않고 경비대와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국회도서관을 방문한 시민 구정화 씨는 "단지 시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국회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험한 폭탄 다루듯 하는 것에 정말 화가 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 방청 간 사람들까지 끌려나와

이날 여·야 총무회담에서는 국회 사무처의 요청에 따라 본회의 방청을 일체 불허키로 결정했다. 오후 2시 30분경 최열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단과 활동가 등 40여명이 미리 발부받은 방청권을 갖고 국회 본관을 찾았지만, 입장이 불허됐다. 그러자 이들은 방청권을 높이 들고 "방청을 보장하라"며 강력 항의했다. 간단한 항의집회를 가진 뒤 국회 본관 앞으로 가던 이들은 전경들에게 전원 연행됐다. 이에 앞서 본관 면회실에 들어와 방청을 기다리던 환경운동연합 명호 씨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여명도 방청 불허에 항의하며 로비에서 5분간 연좌농성을 벌이다 사무처 직원들에게 끌려나왔다. 이들은 모두 청량리경찰서와 종암경찰서로 연행되었다가 4시 40분경 풀려났다.

국회의 이같은 방청 불허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국회에서 시민들의 방청마저 불허한 것은 국회가 민의의 대행기구라는 정체성을 정면 거부한 것"이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