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우리를 전범국 국민 만들지 말라"

파병철회 촉구 메아리…세계가 한국결정 주목한다


"당신들 정부가 이 전쟁을 지원하지 않도록 막아달라."

이라크와 요르단에서 반전운동을 벌이고 24일 귀국한 반전평화 활동가들은 이렇게 그곳 민중들과 국제 평화 지지자들의 간절한 당부를 전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이 야만적인 침략전쟁에서 무참히 학살당하고 있는 무고한 이라크 민중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최소한의 일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파병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24일, 한반도 곳곳에서는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앞 뒤덮은 파병반대 함성

◎ 오전 10시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등 4개 여성단체는 김희선·이미경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 5명과 함께 파병반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 11시경에는 23일부터 국회앞 철야 노숙농성을 진행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또 양대노총은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총파업과 더불어 찬성한 국회의원들이 속해있는 전국의 지구당 항의 점거농성과 내년 총선에서 범국민적인 낙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양대노총은 300여 노동자·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4시간에 걸친 파병반대 집회를 벌였다. 특히 이 집회에는 지난 14일부터 요르단 암만에서 반전운동을 벌이다 이날 귀국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이 참석해 요르단 현지의 반전 분위기와 국경지역의 비참한 난민촌 상황을 전했다. 반전평화팀 단장인 김영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1일 요르단 반전집회에 참가한 많은 국제활동가들이 '당신들 정부가 이 전쟁을 지원하기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국익을 명분으로 한 파병방침을 통렬히 규탄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양대노총 대표단과 함께 파병을 반대하는 4만여 시민의 서명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민중연대 오종렬 공동대표는 "국회의 한국군 파병결정은 헌법유린 행위인 동시에 전범국가가 되는 길"임을 거듭 강조했다.


"파병결정은 전범국 되는 길"

◎ 오후 4시경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면담을 요청했다. 대표단은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과 20분 가량 면담을 가지면서 "파병동의안 표결 의사일정을 연기하고 국민 의견수렴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무총장은 "파병동의안 처리는 당론 투표가 아닌 개별 투표에 맡길 것"이라고 답하고, 대표단의 요구에 대해서는 "내일 오전 최고회의에 전달하겠다"고만 말해 수용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표단의 면담 요구에 대해 "만날 필요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대표단은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사일정을 민중의 실력행사로 저지하는 것"이라며 "파병저지로 이라크 민중에 대한 인류의 양심을 보여주자"며 25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파병반대 집회에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성직자·병역거부자들도 단식 돌입

◎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10여명의 성직자들은 이날부터 단식기도에 돌입,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한국군 파병반대를 촉구한 데 이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인 나동혁, 유호근 씨도 파병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 참여연대 등 전국 15개 지역단체가 소속된 참여자치연대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이번 표결결과를 2004년 총선에서 후보 평가의 중요한 근거로 삼을 것'이라 천명했다.


이라크와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한다

저녁 7시부터는 500여 시민이 국회 앞에 모여 파병철회 촉구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를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의 피를 부르는 이 더러운 전쟁범죄의 공범국 국민으로 만들지 말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평화를 바라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공포에 떨고있는 이라크 어린이들은 오늘 국회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고, 또 그것을 기억할 것이다.


침묵하는 국가인권위원회

한편, 한국군 파병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가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금껏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인권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파병 반대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부에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수의견에 그치고 있을 뿐 파병계획에 관한 인권위 입장 표명문제는 회의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해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