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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심층 분석> 성매매 피해 여성

현대판 노예제, 성매매의 사슬을 끊어라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문제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지난 95년, 4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매매 피해 여성 수용시설의 문제가 폭로되고, 이를 방치해온 '윤락행위등방지법'(아래 윤방법)의 문제점 역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 여성을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윤방법은 이들을 보호하고 성매매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대책으로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2000년 군산시 대명동 화재참사와 지난해 1월 말 또다시 발생한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는 우리 사회에 충격 그 자체로 다가왔다. 결국 이 두 사건은 감시 속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포주의 착취로 빚에 허덕이며 어쩔 수 없이 성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부정당한 채 죽어서야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현실에 놓여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지난해 7월 조배숙·이연숙 국회의원이 '성매매방지법안'을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성을 사는 자', '인신매매, 감금, 협박 등을 통해 성매매를 강요·알선하는 중간업주', 그리고 '성매매를 목적으로 광고행위를 한 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원 확대 △성매매 관련 채권·채무관계의 무효화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더라도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또 다른 문제로 남아 있다. 성매매의 동기가 자발적이었는지 여부로 여성들을 평가하고 도덕적 차원에서 성매매 단속을 주장하거나 공창제를 도입하자는 등 잘못된 의식의 뿌리는 여전히 강고하다. 이에 대해 여성해방연대 정책국장인 야루 씨는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는 동기는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포주의 억압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공창제 도입에 대해서도 "성매매 자체가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러한 주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영속화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라고 덧붙였다. 2001년 새움터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96.7%가 "공창제가 도입돼도 성매매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감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매매는 죽음으로써만 벗어날 수 있는 현대판 노예제다. 그리고 이 노예제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시작은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