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그들'이 이라크로 떠난 이유

3인 3색, 하나의 외침 속에 다양한 반전 목소리


이라크로 향하는 반전평화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3명이 출국한 데 이어, 16일 또다시 4명의 한국인이 전쟁의 공포로 휩싸인 이라크 땅으로 떠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미국의 추악한 전쟁의도를 전세계에 폭로하고, 이라크 민중들과 연대해 전쟁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국 이틀 전, 합숙소에서 만난 그들은 각각 여성주의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그리고 사회주의자로서, '반전평화'라는 하나의 외침 속에 담긴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여성주의자 :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전쟁 폭력 고발하겠다"

여성해방연대 오김숙이 조직국장은 "여성에게 전쟁은 일상적 폭력이 극도로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이라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을 반대한다? 그 의미를 오김숙이 조직국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에게 고통을 주지만, 지배적 권력집단과 억압받아온 사회적 약자가 겪는 전쟁의 체험은 서로 다르다. 백인과 유색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남성과 여성이 감당해야 할 전쟁의 폭력과 학살 수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동일한 상황이 제거되었을 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일상적 폭력은 더욱 심화된 형태로 남을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전쟁의 폭력을 재조명하고, 반전평화의 담론 속에 이를 담아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녀는 또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지는 전쟁과 군사주의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여성주의자들이 반전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라크행은 우리가 쏟아낸 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며,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 "그들의 공포가 내 것이 되었다"

지난 해 10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은국 씨. 그는 "단지 군대가 두렵고 싫어서가 아니라, 전쟁과 폭력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선택했다"며, "이라크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지금의 행동은 반전평화에 대한 나의 신념과 양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비폭력주의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폭력 자체가 악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폭력이 어떤 명분과 이유로 사용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전쟁이 석유를 둘러싼 자본가와 그들과 함께 하는 지배적 억압자들의 독점적 이익을 위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은국 씨는 자신을 추동하는 힘도, 그리고 반전을 위한 연대를 보다 강하게 만드는 힘도 바로 '전쟁의 공포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나는 전쟁을 상상할 수 없는 세대다. 그러나 이라크로 가기로 결정하는 순간, 이라크의 수많은 민중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공포가 내 것이 되었다. 만약 부시가 전쟁의 공포를 체험한다면, 이런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포를 더 가깝게 느낄수록, 반전평화운동의 연대는 더욱 견고해지리라 믿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좀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공포를 더욱 가깝게 공감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전했다.


사회주의자 : "새로운 사회의 상상력 말살하는 전쟁에 반대한다"

사회당 당원인 허혜경 씨는 사회주의자로서 직접행동에 나섰다. 이라크행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조지 오웰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조지 오웰은 자전적 소설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파시즘에 대항하여 30년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이유에 대해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한 바 있다. 70여년 전 그를 스페인으로 이끌었던 이유가 나를 이라크로 이끈 이유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21세기의 전쟁은 모든 생명체를 깡그리 없애버리는 참상을 낳는 동시에, '꿈꿀 수 있는 상태', 즉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말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이 벌이려는 이라크 전쟁은 총자본의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다"면서, 자본주의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단으로 선택된 이번 전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녀에게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빼앗는 자본의 폭력인 것이다.

덧붙여 그녀는 "전쟁이 가져올 인간적 상상력의 파괴는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이며,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연대는 곧 우리의 몫"이라며, 반전평화운동의 전 세계적 연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