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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침략전쟁 뒤 감춰진 이라크 여성의 경험

미군 성폭력 사례도 잇따라

일본군 성노예제도, 보스니아와 동티모르에서의 집단강간 등이 증명했던 바대로 전쟁의 폭력이 만들어낸 사슬의 핵심에는 언제나 여성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에서 검은 차도르 뒤에 숨겨진 이라크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힘들다. 후세인 정권의 여성 억압을 부각시키며 그녀들의 해방을 위한 십자군을 자임했던 미국. 하지만 미국이 벌인 침략 전쟁에서 이라크 여성들의 인권은 향상되었을까.

지난달 23일 방한한 14세의 이라크 여성 아말 후세인 양은 10일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길거리에 폭탄이 쏟아져 집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전쟁기간 동안, 여성들은 어린이들을 돌보고 목숨을 걸고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며 "전쟁 이후의 생활은 온통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다"고 토로했다.

이라크에서 지속적인 반전평화활동을 벌여왔고 지난달에도 이라크를 다녀온 '함께 가는 사람들'의 한상진 평화팀장은 "최근 현지 인권단체들의 조사로 미군에 의한 성폭력 사례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 경우 이라크 여성들은 체계적인 치유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밝혀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팀장은 더욱이 "실업률이 50%를 넘어서는 등 경제가 파탄상태에 이르자, 최근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성매매를 벌이는 여성들이 자주 목격된다"면서 "외국인 남성들에게 '10달러면 된다'고 속삭이는 알선업자들까지 등장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여성들의 인권문제는 현지에서 아직까지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지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 팀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