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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동권 이행기구 설립되나?

필요성 공감, 실체는 미지수

최근 보건복지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아래 협약)의 이행을 감시·조정하는 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제네바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한국관련 심사회의가 열린 후 일주일도 못돼서 나온 발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기구는 "정부 각 부처와 국가인권위원회 및 민간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 아동권리보호의 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협약과 배치되는 상황에 대하여는 시정을 권고하는 한편, 국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하는 등 협약의 국내 이행상황을 감시·조정하는 성격의 기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제네바에 파견됐던 7개 부처 13명의 정부대표단은 현지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최병갑 연구관은 "5년마다 협약 이행사항을 심의 받는데 중앙정부 시스템의 (뒷)받침없이 그때마다 귀납적으로 (각 부처의 보고를) 모아서 (유엔에 제출)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범 부처 협의기구가 이뤄지면 정책만이 아니라 법·제도적 조율도 이루어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인권과의 민만기 검사는 "구체적 내용에 대한 협의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아동 및 청소년 정책에 대한 조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아동권리의 보장을 위해 상설적이고 효율적인 중앙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민간단체와 여러 연구자들의 오랜 지적사항이었다. 또한 이번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심사에서는, 96년 1월에 한국정부대표단이 "아동권리에 관한 국가위원회를 95년 8월에 설립했다"고 했던 보고가 거짓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에, 상설적이고 효율적으로 협약의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장치의 마련을 위원회가 또 한차례 권고할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국제인권규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노력에 정부의 대응이 이처럼 빨리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는 '만든다'고는 했지만 '어떻게' '무엇을' 만드느냐에 있다. 위상과 역할이 모호했던 각종 위원회의 뒤를 잇는 유명무실한 기구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민간단체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김학기 사무관은 "임시기구는 아니다.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활동하는 기구이며, 정부 내 부처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를 포괄하는 기구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기구의 상이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인권위가 "국제인권조약에의 가입 및 그 조약의 이행에 관한 연구와 권고 또는 의견의 표명"을 업무사항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인권규약의 국내이행사항을 감시·조정하는 기관의 선례가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관부처가 네트워킹을 하는 가운데 그 중 한 부서가 조정책임을 지는 한편 인권주무기관인 국가인권위가 그 네트워킹과 독립적인 지위에서 협의를 하고, 이 양자의 협의기구에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방안 또는 국가인권위 내에 소위원회를 두고 관계 부처 및 민간단체와 협의하는 방안 등을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관련부처는 2월중에 간담회를 가지고 아동인권 이행기구의 상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동인권에 대한 소통과 대안의 중심을 어떻게 세워낼 것인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