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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집회신고 취지 실종, 집회 통제에만 혈안

대전동부서, 천막 치면 경고장․성조기 사용에 출석요구


경찰이 집회신고제의 취지와 달리, 사사건건 신고 내용을 트집잡아 집회․시위의 자유를 질식케 한다는 비판이 대전 지역 사회단체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민특위' 안은찬 대전충남본부장, 박희인 사무국장, 대전충남연합의 김병수 사무처장 등은 경찰서로부터 최근 거듭 출석요구를 받았다. 지난 9월 7일 대전역부터 도청까지 진행했던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심미선 신효순 살인사건' 규탄 집회 때 신고 내용에 없는 성조기, 꽃상여 등을 사용했고 신고 내용과 달리 두 개 차선을 사용해 행진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충청지역 노점상연합회(아래 충청노련)는 지난 달 12일 대전동부경찰서(아래 경찰서)로부터 경고장을 받았다. 같은 달 9일 충청노련 소속 노점상들이 대전역 광장에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서명과 모금운동을 하면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천막을 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경찰서는 경고장에서 "(충청노련이) 위법인 사실을 알면서 14:00경 차양막 1동을 설치했"다며 "차후 위법사례 발생 시에는 본 건과 병합 사법처리 예정"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충청노련이 14일부터 동부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를 내자, 경찰서측은 그곳이 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14일 집회 시작 직전 △구호제창 금지 △확성기 사용 금지 등 집회 제한을 통보했다. 집회 주최측이 '소리를 줄여서 하겠다'고 해도 경찰측은 무조건 안된다며 '이를 어기면 내일부터는 집회 금지'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전양심수 후원회'의 임나리 씨는 "경찰은 어떻게 하면 법률을 악용해 집회를 규제할까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해 대법원은 "경찰이 신고와 다른 방법의 시위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그 시위방법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치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라며 신고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집회․시위를 저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내린 바 있다.

임 씨는 "집회 물품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신고 범위에 대해서도 유권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데, 신고하지 않은 물품이라고 문제를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9월 7일 집회 때 차선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임 씨는 "주최 측이 두개 차선을 신고하려고 했는데, 경찰측이 '그러면 집회신고를 받을 수 없다', '당일날 조율하자'고 해 일단 한개 차선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또 집회 당일에는 행진 구역을 관할하는 중부경찰서 정보과에서 두개 차선을 이용해 빨리 가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집회방법이 신고내용에서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이상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신고 내용과 다르다고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집회를 통제하는데 따르도록 하기 위한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집회신고제라는 건 경찰당국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런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경찰에 알려줘 시위를 보호하고 교통질서 유지 등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찰의 자의적 집행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