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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쟁점! 주5일 근무제 ⑥

주휴 무급화, 임금 23% 삭감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4조 휴일조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만약 노동자 A가 주 44시간을 일하면, 사용자는 A에게 일요일 8시간을 포함해 52시간에 대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A가 주44시간씩 1달에 1백76시간을 일하고 1백76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A가 받은 임금 1백76만원은 실제 노동한 1백76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 8시간이 포함된 2백8시간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A의 시급은 1만원이 아니라, 8천4백61만원 정도가 된다.

주5일 근무제 도입 관련, 현 노동부의 입법예고안은 휴일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5일제가 도입되더라도 주휴는 유급으로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재계는 △지구상에 유급주휴를 실시하는 나라는 태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뿐이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주휴를 무급화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현재 재계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간 조정과정에서 정부의 주5일제안이 확정될 때, 주휴를 무급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주휴를 무급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급으로 8천4백61원을 받던 A가 주40시간을 일하면 토요일 4시간, 일요일 8시간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1달에 40만6천1백28원의 임금이 삭감된다. 이는 이전 임금 1백76만원의 23%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입법예고안 부칙에 △사용자는 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당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임금보전방안이 반영되도록 하며 △임금항목이나 임금조정 방법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존의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사가 알아서 협의를 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만약 주5일제 실시 후 주휴를 무급화하면서 기존의 임금이 저하되지 않으려면, A의 경우 시급이 1만1천원이 돼야 한다. 1달에 1백60시간을 일하고 1백76만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급 기준으로 임금이 30%나 인상되는 꼴인데, 사쪽이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사쪽은 무급주휴 등을 이유로 어느 정도 기존임금의 삭감은 불가피하다고 노동자들에게 강요할 것이다. 결국 대규모 사업장으로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용이하거나 노조가 결성되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업장이 아니면, 무급주휴에 따른 임금 23% 삭감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오늘날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결코 삭감될 만큼 풍요롭지 못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97년 이전까지 유급휴일 제도를 무시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A와 같은 경우 당시까지는 시급이 1만원으로 계산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97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급 산정방식을 바꾸어 버렸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한푼도 더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휴일에 임금을 지급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역사를 외면하고 무급주휴에 따른 임금삭감을 바라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재계는 임금하락에 따른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계속해서 희망하겠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