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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동착취 특구’ 빨간불

외국투자기업에 파견근로 전면허용, 월차휴가도 없애

정부가 '경제특별지구'라는 이름 아래 노동착취를 강화하고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재정경제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투자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경제특별구역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아래 경제특구법)을 입법예고했다.

문제는 법안의 내용. 법안은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경제특구 내 노동자의 월차·생리휴가 폐지, 파견근로의 무제한 사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특구법과 달리,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매월 1회 유급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보장하며, 파견근로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파견대상에서 제외하고 파견기간은 최장 2년으로 두고 있다.

따라서 경제특구법이 시행될 경우, 노동권의 후퇴와 고용불안, 착취구조의 강화가 불 보듯 해, 노동계는 '법 제정 방침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선, 월차 및 생리휴가의 폐지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기간은 국제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월차휴가까지 포함할 때에야 겨우 국제기준을 넘는다"며 경제특구법이 시행될 경우 노동조건은 더욱 더 후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급생리휴가를 배제하는 것은 부족하나마 지탱해주던 모성보호 조항마저 없애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제특구법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파견근로의 전면 확대. 현행 파견근로제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고용을 합법화하기 때문에 2중고용에 따른 중간착취를 구조화하고, 2년마다 주기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불안과 저임금노동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을 지적 받아 왔다. 이로 인해 노동계에선 줄기차게 파견근로법의 폐지를 요구해 왔다. 반면 경제특구법은 오히려 경제특구 내 모든 생산공정과 업무에서 파견노동자를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결국 '기업주 마음대로 고용하고 해고'하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은 누구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악의 노동자 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경제특구 내 외국인투자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불안정한 신분에서 노동권마저 제한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특구로부터 시작되는 노동권의 후퇴와 파견근로의 확대는 다른 지역과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특혜의 대상이 외국인으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내외국인 합작법인에게도 부여되는 데다, '경제특구'의 범위 또한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경제특구법안은 10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