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장애학생 배려의무소홀 배상판결

법원, 교육권 침해 인정…배려 범위엔 아쉬움


장애시설 미비로 교육권을 침해당한 장애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26일 서울지법 민사43단독 박세윤 판사는 피고 숭실대학교가 △장애인용 책상의 설치 △강의실 저층 배려 노력 △장애인 도우미 등 프로그램의 도입 △급수대 앞의 턱 제거 등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원고 박지주 씨에 대한 "배려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2백5십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장애인인 원고가 좀더 편리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었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는 피고에게 등록금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라며, "원고가 일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충분하고도 내실 있는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라고 명확히 했다. 이는 학교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장애학생들에게 학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숭실대학교가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장애인용 화장실과 승강기 등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해 왔고 △향후 장애인 편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설치공사를 준비중인 점을 고려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원고가 바라는 기간 내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피고가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된 원고에 대한 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배려의무의 인정범위에 대해 제한을 가했다.

이에 대해 소송당사자인 박지주 씨는 "지난 5년 간의 피해보상을 청구한 것"이라며, "학교시설을 스스로 이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해석이 미비하다"라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박씨는 지체장애 1급으로 98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한 후,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대해 지난해 3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