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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산업연수생, 파업으로 '휴가' 쟁취

가족 사망때도 고국 안 보내줘 파업 촉발


산업연수생들이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권리․작업장 이동의 권리' 등 연수생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달 21일부터 파업을 벌여, 마침내 회사측으로부터 권리보장을 약속받아냈다.

종이 상자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모하마드 야르(파키스탄인) 씨는 지난달 21일 고국에 있는 형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측에 휴가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평소 열악한 작업 및 생활환경에 대해 불만이 누적돼 있던 동료 파키스탄인 노동자 14명은 야르 씨 사건을 계기로 분노가 폭발하면서 일제히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숙사로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좁은 컨테이너 박스와 물이 안 나오는 열악한 식당 환경 등을 개선하라고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노동자 모캄멜 씨는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2개의 컨테이너 박스는 14명이 함께 들어가 있기엔 턱없이 비좁아, 주야간 맞교대로 일하면서 번갈아 잠을 잘 수 있을 뿐이었다. 또 노동자들은 컨테이너 한 쪽을 나무 판자로 막아 부엌으로 사용하면서 식사를 해결했다고 한다. 뒤늦게 회사측이 "야르 씨를 고국에 보내주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터져나온 노동자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노동자들은 또, 파업이 계속되자 회사측에서 야르 씨를 비롯해 4명의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완전히 돌려보내겠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열악한 생활환경, 본국송환 방침 등 연수생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노동자들은 이 달 6일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게 됐고, 9일부터는 안산역 앞에서 '우리도 인간이다. 외국인 연수생 인권을 보장하라', '해고조치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자신들을 다른 직장으로 옮겨 줄 것도 요구했다.

결국 회사는 10일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회사측이 야르 씨를 비롯해 연수생 모두를 다른 공장으로 옮겨 주기로 했고, 야르 씨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고국에 다녀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연수생들은 이날 회사의 결정에 무척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근심도 안게 됐다고 한다. 다른 공장으로 옮길 경우, 동료들이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10일까지 21일간의 임금은 받을 수 없는 등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불이익도 적지 않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매일 12시간 씩 주야로 일만 하며 열악한 환경을 감수해 왔던 수동적인 삶을 스스로 극복한 것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박 목사는 전했다.

산업연수생 계약에 따르면, 연수생들은 1년동안 한 달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또 원할 경우 작업장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수생인권보호를 위한 제반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