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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발전회사, 파업참가자 사택 퇴거 협박

인권침해 부르는 탄압 일삼아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회사 사택에서 퇴거당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는 등 발전노조원들에 대한 회사측의 인권침해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달 25일 발전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간 이후, △고소, 고발 △징계위원회 회부 △급여 및 재산 가압류 신청 등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해 문제해결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1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부발전주식회사 서울화력의 직원 사택에 사는 파업 참가 조합원 모두는 며칠 전 ‘사택퇴거 사유 알림’이라는 편지를 받았다. 서울화력 사택관리 운영위원회 장 이름의 이 공문은 이번 파업에 가담해 현재까지 미복귀한 직원은 △파업으로 회사에 복귀하지 않는 행위로 명예를 훼손했고 △파업 미가담자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퇴거 사유에 해당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서울화력발전소 사택단지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이 중 파업에 참가 중인 조합원 가구는 모두 31가구다. 이 사택에는 일반 직원들의 경우 입주자 선정기준에 따라 무주택자인 가족들이 살고 있어, 회사측의 경고가 현실화되면 갈 곳 없이 쫓겨나는 꼴이 된다. 이에 초등학생인 자녀가 둘이라는 조합원 가족 중 한 명은 “말도 안 된다. 파업에 참가하면 회사 직원이 아닌가. 사택에서 나가게 되면, 갈 곳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 편지는 조합원들의 복귀를 강요하기 위한 협박용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번 퇴거 경고는 절차적인 문제 또한 안고 있다. 발전노조 이광희 총무부장은 우선 “서울화력발전소에서 현재까지 해고된 조합원은 4명인데, 모든 파업참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퇴거 경고가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 총무부장은 “퇴거 등 사택 관리에 관한 사항은 회사 쪽 3~5인, 노조 쪽 3~5인으로 구성된 사택관리운영위원회에서 사유의 합리성을 따지며 논의, 결정하게 돼 있는데, 회의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운영위원회 장이 이러한 공문을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부발전주식회사의 관계자는 “사택질서를 문란하게 하면 퇴거 요청할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서울화력에 물으라며 이야기를 회피했다. 서울화력발전소 측은 “사택관리 규정에 따라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면 퇴거하게 할 수 있다”며 퇴거요청의 정당성을 설명하다가 사택관리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인지를 묻자 “퇴거하라는 게 아니라 계속 복귀하지 않고 사택에서 소란하게 하면 퇴거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21일 법원은 5개 발전회사가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낸 가압류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려 파업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 지나침이 다시금 확인됐다. 서울지법 민사53단독 정준영 판사는 파업과 관련해 사측이 노조의 일반 조합원 4천9백17명을 상대로 낸 1백48억원의 임금채권 가압류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금까지의 판례 및 학설 등을 볼 때 단순 참가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