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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가인권위, 논의안건 회의 비공개

알 권리 침해 … 참여의 폭 더 넓혀야


지난 28일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처음으로 외부인의 방청 하에 진행됐으나, 논의 안건에 대해서는 인권위가 방청을 제한해 앞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해 국가인권위 회의의 비공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3시 이마빌딩 9층 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중 김창국 위원장은 보고 안건과 의결 안건의 처리 후 논의 안건에 대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며 방청인들의 퇴장을 통보했다. 이날 회의는 △직원채용에관한특례규정 부결상황 △테러방지법 의견 제출 결과 등 보고안건, 자문위원 위촉에 관한 의결안건, △비공개회의 진행방안 검토 건 △면전진정 요구 건 등 논의 안건 순으로 진행됐다.

이에 한 인권위원이 "비공개회의 진행방안 검토에 관한 안건자료를 보더라도 비공개 회의는 △회의의 질서유지 △국가의 안전보장 △사생활 보호 △다른 법률에 의해 명시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하고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논의 안건은 이 중 어떤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진정 사건은 비공개로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고, 비공개 회의 진행방안 검토에 대한 논의는 순전히 내부 운영 논의이기 때문에 외부 인사가 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고, 이후 논의안건은 방청인을 퇴장시킨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4일 국가인권위 의사팀의 관계자는 "위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논의안건을 비공개 안건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비공개회의 진행방안 검토에 관한 안건은 방청범위 등에 대해서 논의하게 되는데, 방청인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위원들이 자유롭게 논의하기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의 한 재판관은 국회의사 공개 문제와 관련, "이해관계 당사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비하여 소위원회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할 뿐만 아니라, 회의를 공개한다고 해서 허심탄회하고 충분한 토론·심의를 하는데 특별한 지장이 생긴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방청불허는 헌법상 보장된 알 권리의 침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인권을 존중하고 신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이유로 논의안건에 대해 방청을 제한하는 것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도 논의안건은 비공개로 하거나 아예 의사일정에서 빼는 걸 검토 중"이라고 덧붙여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는 위원들 간의 견해 차이가 드러나거나 사안의 성격 상 논쟁이 될만한 것들은 계속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법 제14조는 의사의 공개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다만,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긴 하나 이는 결코 남용되어서는 안되며, 비공개회의는 법률 제49조와 같이 어디까지나 진정인의 보호 차원에 국한돼야 한다는 것이 인권활동가들의 지적이다. 나아가 유엔 인권기구들에서는 외부 인권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정책과 운영 논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발언권을 주는 등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이같은 지적에 결국 의사팀 관계자는 "아직 전략 없이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며 "논의안건의 공개 여부는 새로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인권위가 앞으로 민주성·투명성이라는 인권의 요청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관심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