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사용자들은 하나도 잘못없다?"

'레미콘노조', 71일간 동계 노숙투쟁 마무리


전국건설운송노조(위원장 장문기, 아래 레미콘노조)의 71일에 걸친 동계노숙투쟁이 정부기관과 회사 쪽의 철저한 외면 속에 지난달 28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레미콘노조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부당노동행위 레미콘 사업주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한겨울을 난 것이다. <본지 2001년 12월 21일자, 2002년 1월 8일자 참조>

이날 오후 5시경 명동성당은 파업 중인 발전노조 간부들의 검거를 위해 전경들로 두세겹 둘러싸여 있었다. 명동 한빛은행 쪽에서 발전노조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달려온 학생들도 전경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정보과 형사들은 이날 저녁 7시에 예정된 '특수고용직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허가할 수 없다며 레미콘노조에 연신 압력을 넣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본 기자는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 한켠 2∼3명이 앉으면 꽉 차는 정도의 공간에서 스티로폼과 비닐로 추위와 바람을 겨우 막아 만든 노숙농성장에서 장문기 위원장을 만났다. 장 위원장은 "탄압 사용주 구속, 미복귀자 복귀, 검찰의 무혐의 판결 등 우리의 억울한 내용을 다른 단체와 국민들에게 많이 알렸다"며, 71일간의 동계노숙투쟁을 평가했다. 이어 "운반단가(임금)도 많이 오르고 레미콘 사용주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며, 노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레미콘업계의 입장 아래서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레미콘노조는 5개 지부 70여개 분회가 있는데, 지난해 파업으로 삼광분회와 광명분회는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약40개 분회가 단체협약에 준하는 노사합의를 했다. 또한 지난해 9월 당산철교 투쟁을 마친 후에도, 광주전남 지부 6개 분회 등 새로 조직된 곳은 대부분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파업중인 청해분회와 행운분회도 노사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파업이 없었던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들이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여전히 억울함을 삭이지 못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사용자들은 하나도 잘못이 없을 수가 있는가? 용역깡패를 동원해 전기봉으로 지지고 그냥 조지는데, 이게 죄가 없다고 한다. 개같은 경우다." 지난해 말 레미콘 사용주들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레미콘노조 주최의 '특수고용직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수배된 발전노조 간부들의 도주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가로막았다. 결국 명동성당 들머리를 가로막고 있는 전경들을 사이에 두고 참석자 2백여 명은 명동성당 안과 밖으로 나뉘어져, 엠프와 스피커 등 집회장비를 설치하지 못한 채 확성기를 사용해 집회를 했다. 힘없는 노동자들은 언제나 홀대받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자화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