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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동성애, 청소년에 해롭다?

'엑스죤', 유해표시 불복…사이트 파업 중

게이 웹공동체 '엑스죤'(www.exzone. com)이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윤리위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 표시를 하라는 '명령'을 받은 직후부터 사이트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딱지를 붙이느니 악법이 철폐될 때까지 차라리 엑스죤을 폐쇄하겠다는 항의행동이다.

엑스죤이 말하는 악법이란 청소년보호법이다.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은 동성애를 수간, 변태성행위 등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성관계와 동급으로 취급하며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있다. 엑스존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은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대해 청소년기를 막 지난 동성애자 2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ㅅ대학 1학년인 동성애자 ㄱ씨는 "청소년 유해매체 표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동성애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엑스죤의 파업 취지에 공감했다. ㄱ씨의 친구인 동성애자 ㅇ씨도 "외롭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엑스죤에 찾아와 도움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엑스죤 파업을 지지했다.

ㄱ씨는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느낀 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고 했다. 이성애자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성에 대해 눈을 뜨듯이, 많은 동성애자들도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것이 ㅇ씨의 설명이다. ㅇ씨도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부터 처음 동성애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ㅇ씨는 "중고등학교 땐 나 자신조차 동성애를 변태적이라 여기고 죄악시했으며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청소년기 내내 너무나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ㅇ씨는 대학 입학 후 동성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하고서야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고, 결국 지난해 12월 가족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커밍아웃'에 대한 당시 가족들의 충격은 컸지만 지금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ㅇ씨가 커밍아웃을 한 건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서"였다. '동성친구와 사귄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친구 만나고 왔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이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ㅇ씨의 경우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청소년기부터 겪는 성적 정체성의 혼란이 동성애를 긍정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비단 동성애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성애로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겐 교과서, TV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조언들이 떳떳하게 제공되고 있는 반면, 동성애로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은 모든 정보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ㄱ씨는, 고등학교 때 구야홈닷컴(www.gooyahome.com) 등에 접속하면서, 동성애로 고민하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ㅇ씨도 엑스죤에 종종 들어가 "동성애 커플들도 이성애 커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ㅇ씨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반쪽짜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재 동성애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은 "여러 책과 싸이트들을 통해 동성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애를 알고 긍정하는 것만이 반쪽짜리 인생을 온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험에 기반한 당부다. 한편, 동성애자 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엑스죤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조치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