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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양심이 병역을 허락치 않는다면?”


평범한 젊은이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오 씨는 입영해야 하는 날 논산훈련소 대신 실직자 쉼터를 찾았고, 군사훈련 대신 사회봉사를 시작했다. 자신의 행위가 현행 실정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런 그가 군대행 대신 감옥행을 택한 이유는 “양심의 울림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남북대립과 권위적인 군사주의 문화 속에서 ‘국가의 부름’이란 일종의 성역이었다. 이러한 부름을 거부해 온 집단은 그 동안 ‘여호와의 증인’들이었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에게 붙은 ‘이단’이라는 딱지를 활용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한 인정을 효과적으로 회피해 왔다. 이것은 분명 국가에 의해 자행된 하나의 폭력이었다.

인간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면의 진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심의 자유는 수십년 동안 군대와 병역 앞에서 사실상 발붙일 자리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는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에 대해 ‘비양심적’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 이들의 내면을 난도질해 왔다.

이제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한 젊은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함으로써, 국가는 ‘이단’이라는 딱지 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더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됐다. 오 씨의 존재는 ‘양심과 병역의 불편한 동거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오 씨는 이 사회를 향해 “양심이 병역을 허락치 않으면?”이란 물음을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어 왔다. 군대가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다 갖다 붙인다는 둥, 당신이 군대에 가지 않아서 ‘애꿎은’ 다른 남성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둥,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되면 모든 남성들이 너나할것없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둥.

하지만 이 모든 비난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어느 것 하나 오 씨가 던진 물음에 적절한 답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양심이 병역을 허락치 않는다면?” 고심의 고심 끝에 오 씨는 결국 양심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오 씨가 병역거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병역거부가 내면에서 우러나온 양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