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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무죄' 선고

재판부, '양심의 자유'를 '병역거부 사유'로 판단 … 인권단체 "환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법원이 최초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 동안의 판례를 깬 법원의 전향적 판결에 인권사회단체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양심의 자유'를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보고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여호와의 증인 신자) 3명 정 모씨, 오 모씨, 황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입영이나 소집에 불응한 모두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경우가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할 경우에는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에 대해 재판부는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거부는 '양심을 지키고 실현하는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 봤다.

또한 '분단의 특수성, 국가안보, 병역기피의 증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깨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국가란 이를 구성하는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자유 및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근본적인 존재의의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오히려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양심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형벌권이 한발 양보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 나라가 유엔 자유권규약(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되어 있고, 지난 4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결의안이 또 다시 채택된 점을 상기시키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임을 강조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소위 국가안보 논리에 의해 희생당해왔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평화인권연대 최정민 활동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그동안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이제야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로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대체복제도의 도입에 대해 언급한 판결에 주목한다"며 "다양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 위헌제청을 신청한지 2년이 넘도록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병역법 위반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