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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비정규노동자, 투쟁은 계속된다

파견철폐공대위 50차 수요집회, “파견제는 현대판 노예제도”


“아침부터 새벽까지 몸 버리고 속 버리고 일했는데, 이제 와서 필요 없다 이제 와서 나가라니 웬 말이냐. … 힘있는 자 보호하고 힘 없는 자 무시해도 되는 건가.”

26일 점심 무렵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뒤편에서 울려퍼진 노래. 그곳에는 이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몸에 와 박히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있었다. 지난해 9월 20일부터 시작한 「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의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수요집회가 1년을 넘겨 50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애초 수요집회는 파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하고 이 제도를 없애자는 요구를 내걸고 시작됐다. 수요집회가 해를 넘기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송사에서 차량운전을 10년 넘게 했던 방송사 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은 파견법 시행 2년이 되던 지난해 6월 느닷없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1차집회부터 단골로 참여해온 주 위원장은 “파견제는 노동자 공급사업을 합법화해 사실상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이어 학습지 산업노조 이소영 위원장은 “밤늦게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집집을 옮겨다니며 정식휴가도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학습지 교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통을 토로했다. 최근 법원에서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들이 나온 것에 대한 규탄도 잇따랐다.

현재 비정규직 투쟁의 선두는 아무래도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 한국통신계약직 노조 한창원 쟁의부장은 “언젠가 정규직화될 거란 희망에 참고 일했는데, 작년 12월에 대량 해고를 당한 후 지금껏 싸워왔다”며, “오랜 투쟁으로 무척 지치지만 비정규노동자들 모두 절대 포기하지 말자”며 힘을 북돋웠다.

수요집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박문진 부위원장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건 돈이 없거나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노동의 유연화를 최고로 여기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 때문”이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이재웅 서울본부장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수요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