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획> 한국 감옥의 현실⑦(끝) 국가인권위 시대의 감옥

‘국민의 감시’ 아래로 들어오는 교정시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출범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교정당국이 바짝 긴장했다. 법무부를 필두로 일선 교정기관에서조차 ‘인권위 전담반’을 신설한다고 법석이다. 건국이래 50년간 재소자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국가기관이 이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권활동가들로부터 약체라는 평을 듣는 인권위지만 교정시설에 있어서 만큼은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교정시설에 상당한 변화 예고

인권위의 가장 큰 강점은 시설 방문조사권에 있다. 인권위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교정시설을 방문해 조사할 권한을 가진다. 위원들은 교정시설을 둘러볼 수 있으며, 재소자들을 면담해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이는 ‘감시의 눈’ 밖에서 인권침해의 온상으로 자라온 교정시설도 이제는 상시적인 감독과 통제 아래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방문조사가 위력을 갖기 위해선 ‘불시 방문’이 가능해야만 한다. 예정된 방문은 잘 정돈된 교정시설을 둘러보고, 대본에 쓰여진 재소자의 얘기를 듣는 것 이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정공무원들의 입회없이 재소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어야만 한다.


재소자의 ‘입’을 연다

인권위의 또 하나의 강점은 재소자의 진정권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행형법은 재소자의 권리구제 수단으로써 재소자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소자들은 청원서 집필은 물론 제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겪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청원서를 접수하더라도 기각, 각하되거나 ‘시정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듣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현실에서 인권위의 진정권 보장은 단연 주목받을 만하다.

앞으로 교정시설은 재소자가 인권위에 진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진정을 위한 장소와 물품을 즉각 제공해야한다. 만약 이를 방해하거나 밀봉한 진정서를 뜯어보는 경우 관련 교정공무원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진정을 접수받은 인권위는 해당 교정시설을 방문해 재소자를 자유롭게 면담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 또한 가혹행위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긴급구제조치를 발동해 외부진료를 받게 하거나 일정기간 다른 장소에 보호하는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

또한 인권위는 행형 관련 법령 및 정책 등의 개선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으며, 사법부에도 관련 재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나아가 인권침해의 유형과 판단기준을 정하고 이에 대한 예방조치 지침을 만들어 일선 교정시설에서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도 인권위의 장점이다.


법적 한계도 많아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권위 활동엔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큰 한계는 조사 절차다. 아무리 심각한 진정이 들어와도, 인권위는 반드시 관련 교정공무원으로부터 서면 진술서를 먼저 받고, 진술서를 검토한 뒤에야 그들을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절차에 따르면, 인권위가 교정공무원을 직접 만나 진술을 듣기까지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다보니 신속한 조치와 적절한 대응을 놓치기 쉽다. 특히 교정시설은 그 폐쇄성으로 말미암아 다른 어느 곳보다 관련 증거의 인멸과 증인의 회유가 손쉽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서면조사 우선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속한 수사는 물론 피해자의 구제, 인권보장이라는 인권위의 목표는 공허해 질 수밖에 없다.


신속구제 사실상 봉쇄

다음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이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거나 수사가 종결됐을 때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사법적으로 종결된 경우 등에는 각하된다는 점이다.(단, 독직폭행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여부와 상관없이 진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구제수단으로 적절한 효력을 보지 못한 사안은 달리 그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특히 법무부는 물론 검, 경이 그동안 교정시설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안일하게 처리했음을 감안할 때 수사종결을 이유로 인권위 진정을 막는 것은 명백한 독소조항이다.

그밖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44개 교정시설을 적절히 감독하기 위해서는 인권위 직원을 충분히 배정하고 지방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이후 시행령제정 및 인권위 구성과정에서 반영돼야 할 부분이다.

인권위 설립은 교정시설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인권위가 제대로 역할을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인권위를 올바로 세우는 것에 인권단체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